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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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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시아나 항공의 개문사고, 그러니까 여객기가 착륙 직전 문이 열리면서 벌어진 사고 때문에 떠들썩하다.

NBC-TV를 비롯한 주요 미국 방송매체에서도 이 소식을 보도하자 직장에서 일하던 딸내미가 카톡을 보냈다. 

"아빠, 그 뉴스 봤어?" 그리고 한국 비행기, 참 어처구니 없다는 여운도 남겼다.

제주에서 대구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의 비상구 옆 좌석에 탑승한 30대 남자 승객이 공항 착륙 직전 레버를 돌리며 비상구 문이 열린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그럼 우리에게 금방 떠오르는 의문점은 이것이다. 

비행기 문이 그렇게 쉽게 열려? 

결론부터 말하면 쉽게 안 열린다고 한다. 

유럽을 자주 왕래하던 나도 좁은 3등칸에서 몸을 비비는게 지칠 정도가 되면 화장실 근처 빈 공간을 어슬렁대며 몸을 움직여 본다. 

그때 보이는게 비상구에 붙은 레버다. 

이걸 잘못 만졌다가는 문이 열리고 대서양 바다에 수직낙하, 그래서 물고기 밥이 될 것이란 걸 예상하면 아예 레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그런데 비행 중에 비상구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 안해도 된다. 왜일까? 통상적으로 비행 중에는 내외부의 기압 차이가 크기 때문이란다. 

항공기 기종마다 조금 다르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레버를 당기거나 돌리고 바깥으로 문을 밀어내야 하는 구조인데, 외부의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열리지 않는다는 것.

대개 비행기 비상구 좌석은 유사시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항공법상 해당 좌석에 탑승한 승객은 비상시에 비상구를 개방하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15세 미만이거나 승무원의 지시를 이해할 수 없는 시력 및 청력장애자는 비상구 좌석 배정이 제한된다. 

항공사는 좌석을 배정할 때 이를 승객에게 고지해야 하고 탑승 후 관련 동의를 구하고 있다. 

나도 비상구 좌석에 앉았을 때 그런 식의 제안을 받은 기억이 난다. 

비상구 옆 좌석은 대개 앞에 공간이 있어서 발을 쭉 뻗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행여 비상구가 열릴 일이 생기겠어? 

그렇게 철썩 같이 안전운항을 희망하며 그 자리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아시아나에선 왜 그런 사고가 났을까? 

거의 착륙할 때여서 비행고도가 200m 정도의 상공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압 차이가 크지 안았던 것이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강한 바람이 기내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다치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사고를 낸 남성은 실직 스트레스 때문에 답답해서 문을 열고 미리 나가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 30여 분 일찍 나가려다 잘못하면 1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자 아시아나는 같은 기종 여객기의 비상구 옆자리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항공관련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항공사고 10대 원인은 조종사 과실, 악천후, 엔진결함, 소홀한 정비, 계기판의 오류, 결빙, 항공 관제탑의 항공기 유도 실수, 과적, 기체 결함, 연료탱크 폭발순이라고 한다.

비행기는 함께 탑승하는 순간부터 모든 탑승자들은 싫건 좋건 같은 운명공동체가 된다. 

잘못되면 혼자만 살아남지 못한다. 

다 함께 죽는다. 

대개 항공기 사고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므로 승객의 기내난동을 아주 엄격하게 다룬다.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다. 

한 사람이 소동을 벌이다 전체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내 난동에 벌금 최대 1,000만 원 이하, 기장이나 승무원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방해한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에 비하면 보통 센 게 아니다. 

기내 난동자에겐 최대 20년의 징역형, 25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또 호주의 경우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했을 때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비행기를 탈 때는 온순한 양이 되어야 한다. 

하라는 대로 하자. 

비상구 근처에는 가지도 말자. 

공짜로 주는 술이라고 홀짝홀짝 태평양을 건너면서 쉬지 않고 마셔버리면 만취 승객이 된다. 

온순하게 서빙을 하는 여성 승무원에게 술김에 시비를 걸고 기내난동을 부리다가는 징역 20년! 인생 종치게 된다.

한국인이 싫어하는 기내 꼴불견은 그런 만취 승객 말고도 2등이 앞 좌석 발차기, 3등은 큰 목소리로 떠들거나 음악을 듣는 소음유발 승객, 4등은 아이들이 앙앙 울어대는데도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무관심한 부모, 5등은 체취가 심하거나 향수를 쏟아부었는지 '냄새 폭격기' 로 조사되었다.

더구나 내 좌석 틈새로 살그머니 밀고 들어오는 발가락이 있는가 하면 치렁치렁 긴 머리를 의자 뒤로 제끼는 바람에 내 좌석 모니터를 가리는 무례한 일이 발생할지라도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지는 말자. 

아주 친절한 음성으로 앞자리 승객에게 불편함을 전해주자. 

비행기는 내 인격수련장이라 생각하자.

쓰잘데기없는 영화 보느라고 고생하지 말고 트레이 위에 성경을 펴놓고 태평양을 건너자. 

주님의 평화가 기내에 넘쳐 날 것이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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