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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모든 가주 주민들에게 15% 물을 절약하라는 '호소작전'에 나섰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캘리포니아가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인타운에 나간 김에 수박 한 통 사오라는 아내의 지령(?)을 받고 길거리 한인 상인에게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에 들어가자 아내가 까무러칠 듯 놀라서 말했다. 

아니 수박 한 통에 15달러라고? 

난 달라는 대로 줬을 뿐인데 보통 코스코에 가면 그게 7~8불이라는 것이다. 

두 배로 수직상승했으니 아내가 놀란 것이다.

생필품 가격이 뛰는 게 문제가 아니다. 

생활 식수까지 위협받게 되면 세차는 물론이고 잔디밭에 물 주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 

수영장에 물을 채워 넣지도 못한다.

남가주는 사막지대에 둘러싸여 있지만 사막은 아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는 낙원(?)인 줄 믿고 살아간다. 

겨울엔 비가 많이 오고 여름엔 물 한방울 안 떨어지는 건조한 날씨가 특징이다. 

그래서 과일과 야채 생산은 끝내 주는 곳이다. 

미국 전체 채소와 과일 소비량의 1/3이 캘리포니아산이라고 한다. 

그중 남가주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지중해성 날씨가 자취를 감췄다. 

어떻게? 겨울에도 노 레인, 여름에도 노 레인. 

일 년 내내 비는 없고 태양만 있다. 

찾아오는 건 당연히 극심한 가뭄이다.

남가주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눈이 쌓이면 그 눈 녹는 물을 '생명수'로 삼고 있다. 

적설량이 낮으면 그해는 죽음이다. 

또 하나 식수원은 콜로라도에서 발원하여 그랜드캐년과 라스베가스 레익 미드를 유유히 흘러 캘리포니아를 지나가는 콜로라도 강물이다. 

그런데 후버댐이 막고 있는 레익 미드의 최근 저수량이 사상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콜로라도 강까지 저렇게 말라가면 점점 인구가 늘어나는 남가주나 캘리포니아는 가뭄으로 인한 '대환난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켓에서 '에비양' 사다가 마시면 되고 조금 싼 '크리스탈 가이저' 사다가 샤워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문명의 끝이 보인다"는 전문가들이 입에 침을 튀기며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귀를 막고 있다가는 정말 지구의 종말이 오기 전에 우선순위로 우리부터 종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애틀이나 밴쿠버는 에어컨이 없어도 사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지난 6월부터 기습적으로 100년 만에 들이닥친 살인 폭염 때문에 밴쿠버에서만 100명이 사망했다. 

오레곤주는 95명, 워싱턴 주는 30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열돔(Heat Dome)때문. 그것도 결국은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과거 기독교는 힘 있는 국가와 자본이 자연환경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 

아니 '동업자'였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는 성경 말씀은 서구 열강의 패권을 신앙적으로 인정해 주는 구절로 인용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회 일각에서 "지구는 하나님의 집이며 인간은 하나님의 집을 파괴할 권리가 아니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다. 

지구환경에 대한 청지기적 사명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가 대표적 주창자였다. 

그리고 '생태신학'이란 말도 등장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개체교회는 여전히 기후변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 

내가 연합감리교회를 존경(?)하며 좋은 점수를 주는 이유 중 하나는 개체교회마다 '역사편찬위원회'가 '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것 때문이다. 

당회처럼 개 교회마다 꼭 있어야 할 조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는 역사 편찬? 별로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모든 교회는 환경위원회, 혹은 기후변화 대처위원회(내가 그냥 붙인 이름이긴 하지만)가 '법으로' 조직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전기 소형차 혹은 자전거 이동, 나무심기, 원예 활동, 도시농업, 야생지 답사, 환경체험교육, 쓰레기 재활용, 생태 화장실, 빗물의 재활용, 햇빛의 자원화 등등 거창한 아이디어는 국가적 개발사업이긴 해도 우선 종이컵 안 쓰고 나무젓가락 사용 불가부터 외치며 교회 친교실에서 내가 사용할 도자기 접시를 가방에 들고 가는 작은 환경운동부터 시작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UN기후변화보고서는 코로나 다음에 닥칠 인류 최대위협은 폭염이라고 발표했다. 그래서 Think globally, act locally란 말이 더욱 절실하게 중요한 기후재앙 예고편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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