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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당 사장님들에게 내가 무슨 통뼈라고 고하다 말다 시비를 걸려는 것처럼 들린다면 아주 죄송한 일이다. 

사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제일 많이 마음고생에 시달린 분들이 아마도 식당 사장님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실은 나부터라도 팬데믹 중에 무슨 모임이 있다하면 식당 밖 텐트 속에서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밑바닥 아스팔트 열기를 견뎌내며 음식을 오더해서 먹곤 하지 않았는가? 

모두 격려차원이었다. 

얼마나 식당의 타격이 클까 동반걱정에 불편 감수하고 찾아가곤 했었다.

그런 고객들의 마음에 배신의 칼을 빼 든 것인가? 

요즘 LA코리아타운 한국식당을 드나드신 분들은 경험하셨을 것이다. 

그야말로 '불친절 전성시대'다. 

심지어 식당가기가 무서워 질 정도다.

서울에서 온 목사님 모시고 한 식당엘 갔다. 

손님이 많았다. 

40분을 기다리란다. 넥타이를 꽁꽁 동여매고 나를 찾아온 서울 목사님을 식당 문밖에서 기다리게 해야 했다. 

의자도 없다. 

기다릴 공간도 없다. 

그냥 밥 한끼 먹으려고 식당 밖 길바닥에서 벌을 서야 했다. 

친절하면 그런대로 참아낼 수 도 있다. 

이건 "느그들이 우리 식당 밥 않먹고 배결 날 것 같으냐?" 

그런 식으로 고자세, 불친절, 교양 없는 말투, 귀찮다는 무표정. . . 

나는 서울 목사님에게 너무 무안하고 창피했다. 

그 식당을 찾아간 것을 두고 두고 후회했다.

소문난 냉면집이라 해서 목사님 네 분이 식사를 하러 갔다. 

사람이 바글바글 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사장님쪽 좋은 얘기지만 고객들은 사람이 많으면 우선 종업원의 불친절에 기를 못 편다. 

주문을 받기 위해 "여기요!"를 무려 5번을 외쳐야 했다. 

그냥 나가자는 강경론도 있었지만 이왕에 왔으니 기다려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이런 열받는 상황에서 목사가 종업원과 멱살잡이도 불가하고. . 

그냥 온유와 인내, 왼뺨을 치면 오른 뺨을 내밀라는 말씀을 묵상하고 있어야만 하는가? 

아마 냉갈(냉면+갈비)까지 시켜야 했었는데 소득없는 냉면 4개만 딸랑 시킨게 화근이었는지도 모른다. 

기다리다 지쳐서 육수라도 달라고 하소연을 했건만 마지못해 옆 테이블 서브하면서 귀찮아 환장하겠다는 듯 들려오는 종업원의 볼멘 대답은 "셀프예요." 돈 내고 이런 대접 받으려고 여길 왔던가? 

후회막심, 이 식당에 다시 오나 봐라 맹세하며 자리를 떴다.

대부분의 한국 식당들은 주차장이 협소하다. 

그래서 발레 파킹에 의존한다.

언젠가 나는 발레 어텐던트에게 열쇠를 맡기고 식사 한 적이 있다. 

자동차 키와 사무실 열쇠는 따로 묶여 있는 열쇠 꾸러미였다. 

식사 후 차를 타려다 보니 자동차 키만 주는게 아닌가? 

나머지 열쇠 꾸러미가 없어진 것이다. 

대부분 발레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은 타인종들이다. 이들 역시 불친절이 하늘을 찌른다. 

사납기까지 하다. 

내 열쇠가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맡길 때 그것 밖에 안줬다는 것이다.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화가 나서 식당 주인을 찾아서 항의했다. 

사장님 왈 "발레는 우리하고 관계가 없습니다. 별개의 회사거든요." 

내가 그 식당 보고 찾아갔지 발레 회사보고 찾아갔는가? 

그렇게 면피하려는 사장님이 얄미워서 따귀를 때려주고 싶었지만 내 신분이 어디 그럴 수 있는가? 

발레파킹 사장과 겨우 통화가 되었지만 역시 막무가내. 

나는 잃어버린 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결국 사무실 캐비넷 2개를 모두 바꿔야 하는 막대한 재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며칠 전엔 어느 작은 식당을 찾았더니 또 발레였다. 

밥 먹고 나오다 보니 내 차 앞 범퍼가 찌그러진 것이다. 

발레 요원에게 항의했다. 

자기가 안 그랬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이며 경찰 부르라고 겁을 주고 나왔다. 

나와 함께 식사하러 들어간 목사님들의 불꽃 같은 눈길들이 모두 증언하고 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그 식당 사장님 역시 "우리하고는 관계없는 일인데요."

그러니까 결론은 한국식당 발레 서비스하는 곳으로 식사하러 간다는 것은 내 차가 박살이 나던 열쇠가 없어지던 범퍼가 찌그러지던 그런 것 개의치 않겠다고 다짐하는 어리석은 똥배짱이 있어야 가능해지게 되었다.

아니면 발레 요원들과 싸우기 위해 전투복장을 하고 가던지 차를 맡기기 전에 자동차의 전후좌우 한 바퀴를 전화 카메라로 사진 찍어 보여주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한국식당에 간다? 

이 세상에 한인타운에만 식당이 있는가? 코로나 때문에 동정심이 가던 한국식당에 요즘엔 정나미가 확 떨어졌다. 

"한국식당엘 왜 가? 차라리 파킹랏 넓직한 맥도날에 가지!"

물론 한국식당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올림픽 가에 있는 어느 식당은 사장님이 직접 밀짚모자를 쓰고 나와 좁은 파킹랏을 지키며 손님 차가 오면 손을 좌우로 흔들어 주차를 도와주던가 그것도 부족하면 스트릿 파킹 자리를 미리 봐 뒀다가 거기까지 가서 주차안내를 해 준다. 

땀이 뻘뻘 나는데도 우리 식당 찾은 고객들이 즐겁게 밥 먹고 기분 좋게 떠나가시라는 마음이 읽혀 진다. 

식당과 고객 사이의 상도의가 그런 배려와 친절로 성숙해 질수는 없을까?

종업원 가뭄 때문에 아우성이란 소리를 듣기는 했다. 

실업수당 받는 게 더 실속있다고 생각해서 직업을 구하는 척 이력서만 들이대고 정작 일하려는 사람들이 태부족이라고 한다.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할지라도 종업원들의 불친절 전성시대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이후 음식값의 고공행진은 그렇다고 치자. 

종업원의 불친절을 꾹꾹 참고 발레요원들의 싸가지 없는 매너에 분을 참아야 하며 발레요원과 분쟁이 생기면 난 모른다고 숨어버리는 비겁한 식당 사장님의 오리발을 감수하면서 반드시 한국식당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장님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종업원 친절교육, 딱 잡아떼는 발레요원 인성교육, 사장님 자신의 상생교육을 소 닭 보듯 하면 고객들이 한국 식당을 소 닭 보듯 하는 부메랑을 맞을까 걱정스럽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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