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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영락교회가 쪼개지게 생겼다. 

교인총회를 통해 소속된 해외장로회에서 전격 탈퇴하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교회당과 재산권 문제등으로 법정 분쟁은 불보듯 뻔해졌고 그럼 교단 잔류파와 교단 탈퇴파로 나뉘어 쪼개지기 마련이다. 

이참에 또 변호사만 돈 벌게 생겼다.

LA에서 수십 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나성영락교회는 분열이 없는 교회, 나눠서 싸우지 않는 교회로 유명하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그 교회라고 목사 반대파 없을 리 없고 그 교회라고 모든 결정이 만장일치만 있겠는가? 

그건 교회내부의 문제가 생겼을 때 조용히 안에서 해결하는 게 교회에 덕을 세우는 일이요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기본기'에 충실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초대 담임목사이신 고 김계용 목사님이 살아계실 때 예전의 페어팩스 길에 있는 예배당 2층 당회장 실을 자주 찾아간 적이 있다. 

한국 신망애 출판사의 의뢰를 받고 '미국의 8대 한인교회'를 쓰기 위해서였다. 

나는 당시 미주중앙일보 기자였고 그 책은 나의 첫 번째 저서가 되었다. 

나성영락교회가 그 8대 한인교회로 선정되어 교회의 역사와 김 목사님의 목회 철학 등등을 듣겠다고 바쁜 그 어른의 시간을 빼앗곤 했다. 

벌써 30여 년이 훨씬 넘은 오래 전의 일이다.

북한에 사모님을 두시고 월남하여 미국에 오셔서 혼자 사시던 김 목사님은 교회에서 가까운 LA 한인타운 올림픽가의 한 한인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당 사모님은 김 목사님이 오시면 알아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한가한 구석 자리를 잡아 주곤했다. 

내가 물었다. 

"목사님, 점심은 왜 혼자 드세요? 교인들도 그렇게 많은데 대접해주시려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아뇨, 나는 혼자가 편해요. 어느 교인과 식사를 하면 그 사람하고 목사가 친하다 소문나면 교회에 파가 생겨요. 교회는 예수파 하나면 됐지 목사파, 장로파 나뉘면 끝장이에요."

교인들과 식사 한번 하는 것도 잘못하면 교회의 화합과 불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생각하여 혼자 식사하기를 고집하셨던 그분에게서 겸양의 리더십은 물론이고 주님의 몸된 교회의 하나됨을 위하여 목회자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래서 나성영락교회는 분열이 없는 교회, 싸워도 안에서 싸우는 교회로 소문난 교회였다. 

사람들이 교파가 다르긴 해도 나성영락교회 성도들과 목사님들을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5년 전에 교회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LA에서 나오는 일간지 등에서도 대서특필이었다. 

그때도 교회와 교단 간의 분쟁이었다. 

결국 교단에 맞서던 담임목사 옹호파 400~500여 명이 교회를 떠나서 새 교회를 창립했다. 

그때 한인사회의 반응은 나성영락교회라고 별 수 없구나, 결국 그 교회도 그렇게 쪼개지다니! 

나성영락교회를 사랑하는 안타까운 마음 반, 옛날 명성대로 문제가 생겼으면 교회 내에서 해결해 보고 화해를 도모하지 못했냐는 질책 반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교회분열 제2탄이 막이 오른 것이다. 

어이없는 일이다. 

교회는 교단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고 교단은 법대로 하겠다는 강경자세다. 

그 교회에 출석하는 그 교단의 전직 부총회장을 지낸 장로님이 급하게 내게 편지를 보냈다. 

"이번 사태는 교단을 등에 업은 정치꾼 목사들 때문"이란 것이다. 

부총회장을 지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 그냥 흘려버릴 말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교단은 교단대로 "법이요!"를 외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분열을 막고 교회의 명예, 예수님의 명예가 추락하는 일을 막아볼까 고민해야 되지 않겠는가?

교회가 분열되면 상처를 입는 것은 교인들이다. 

척박한 이민광야를 함께 걸어왔던 가족같은 프렌드십을 유지하며 살아온 성도들과 서로 찢어지는 것은 이민생활의 메모리를 모두 허공에 날려 보내는 것과 같다. 

교회분열은 결국 이민생활의 신앙과 감사의 추억을 깡그리 허무는 영적 알츠하이머를 불러온다.

나와 교분을 맺어온 그 교회의 성도들가운데 그토록 가깝고 사랑스럽던 성도간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밉고 원망스럽게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도 또 그런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은 확실하게 기독교 쇠퇴기를 지나고 있다. 

지구촌의 소수종교로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 

개체교회와 교단이 힘을 합쳐도 힘에 겨운 판국이 된 것이다. 

때를 읽지 못해서인가? 

지금이 세상을 향해 교회의 법정싸움을 예고할 때인가?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다. 

합치고 화해하고 용서할 때다. 

그리해도 세속주의와 맞서 교회가 설 자리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무기는 복음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다. 

존 칼빈 목사님은 우리가 주일예배 때마다 외우는 사도신경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라는 고백은 우리의 행복이 이 세상에 있지 않고, 나그네 인생으로 이 낯선 땅을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분의 그 지당하신 가르침을 귀담아들을 귀가 있는가?

이런 내 말이 씨알머리도 안 먹힐 헛소리가 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할 말은 하자. 

어느 목사님과 대화할 때 "싸움이 없는 교회가 어디 있어요? 교인 100명이면 100가지 의견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목사는 자신을 위해 싸워줄 친위부대를 은밀하게 조직해 놔야 합니다. 언제 토사구팽 당할지 압니까?" 

이게 뒷골목 깡패에게서나 나올 말이지 목사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그래서 파를 만들지 않으려고 혼자 식사하시던 김계용 목사님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다.

교단을 등에 업은 '정치꾼 목사'도 문제고 교회를 둘로 갈리게 하여 평화롭던 교인들을 찢어놓는 영적 지도자의 처신머리로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분열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한때는 미주한인사회에서 제일 큰 교회로 존경받던 나성영락교회의 한번도 아닌 두 번째 부끄러운 분열의 DNA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그러나 솔직하게 말해보자. 

그게 누구를 탓할 일인가? 

우리 자신도 뭔가 내게 불리하다 싶으면 교회의 영광이고 나발이고 사정없이 싸우고 쪼개지고 뒤통수치는 DNA가 차고 넘친다. 

피장파장 아닌가? 

하나님 앞에 겸손하지 못한 우리모두의 총체적 교만함이 문제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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