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와 신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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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철 목사
<제자들교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고 여기에서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디지털문화가 가속화한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이 사회와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데 그 문제점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면 교회는 과연 미래에도 존재할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고, 최소한 교회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탈기독교(post-Christianity) 시대가 올 것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우화에서 옷을 입지 않았는데 입었다고 말하며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로 받아들여집니다.
이것은 인간본성의 근본적인 부패가 아닐까요? 그러한 허위는 결국 가장 힘없고 어리석은 어린아이의 지적에 의하여 벗겨집니다.
오늘날 사회와 정치가 부패하고 심지어 교회도 예외가 아니란 것은 지식층은 다 알고 있습니다.
손해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것을 지적하고 얘기할 사람이 없을 뿐입니다.
누군가는 그 어리석은 소년이 되어야 합니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그러한 타락과 자기부정에서 구원해낼 수 있습니다. 그 어리석은 소년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주체는 교회밖에 없습니다.
한 개인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도 구원의 대상이라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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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구조적인 악을 개인의 힘으로는 감당할 도리가 없으며, 불의와 불공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세계화의 문제점은 첫째로 국가 간의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점입니다.
국경 없는 자유 무역과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상호 의존성이 세계화의 장점이지만 이것 때문에 오히려 국가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결과적으로 선진국의 패권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세계화가 한창인 오늘날, 세계적인 부가 축적되기는커녕 '20대 80의 사회'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의 쏠림현상(tipping point)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인구의 20%만이 좋은 일자리에 안정된 삶을 살고 나머지는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하고 있습니다.
둘째,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약소국은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국가 간 소득의 양극화현상은 문화적 열등의식과 우월의식으로 드러납니다.
현재 세계화를 주도하는 집단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의 선진국들이기 때문에, 세계화가 곧 서구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는 비서구권 국가들의 문화나 사회의 모습이 점점 서구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식탁에 자국의 음식이 줄어들고 서구문화권의 음식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사용하는 외국어와 외래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서구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서구화를 의미하는 세계화는 인종 간의 갈등을 부추깁니다.
이러한 서구화가 초래하는 더 큰 문제는 자국 문화에 대한 경시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고, 이에 더 나아가 비서구인들에 대한 인종 차별 및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인권 탄압 문제를 생각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구권 출신과 비서구권출신에 대한 차별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은 국가 간에도 일어나고 일부 국가와 국민의 주권이 세계화란 현상에 매몰됨을 의미합니다.
넷째로 세계화는 지구 환경의 파괴, 생태계의 훼손 및 부존자원의 남획 등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국가 간 비교 우위에 따른 무역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입니다. 즉 경제적인 이득과 효율을 중시하는 세계화로 인해 각 국은 자신들의 국가에 부족한 자원을 타국에서 얻고 있는데, 이때 타국의 자연 환경이나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자원의 채취와 이에 따른 생태계 훼손 및 환경 파괴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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