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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요즘 한국 여대학생 중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소주 마시고, 학교 갈 때 향수 뿌리듯 소주 마시고, 점심시간에도 소주 마시고 강의실에서도 마시고 지하철에서도 마신다고 한다.
좀 과장하면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소주를 입에 달고 산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 주요 언론들이 음주에 너무 관대한 한국사회를 지적하면서 도를 넘어서는 한국의 술 문화를 바로 잡겠다고 벼르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의 잘못된 술 문화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이 사는 이곳 미국에선 21세 이하의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는 영업이고 뭐고 깡통을 차야할 만큼 살벌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어른이라 할지라도 미성년자같아 보이면 가게 종업원이 신분증을 보여 달라 요구하고 이때 고분고분 안 보여줬다가는 술은 고사하고 창피만 당하게 마련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30세 미만 서류 미비자 조건부 추방 중단'이란 카드를 내놓자 비록 그게 대통령 선거용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특별히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두 손 들고 환영하고 나오고 있다.
미트 롬니와 양보 없는 혈전을 치러야 하는 오마바의 지지도가 그 바람에 껑충 뛰어 올랐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 조항이 있다.
음주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억울한 노릇인가? 음주 운전했다고 평생 있을까 말까한 그 좋은 기회를 놓쳐야 한다니. . .
사실 음주운전 한번 걸리면 경찰서, DMV, 코트 하우스를 오가며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손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쩌다 운전면허 정지란 철퇴를 맞게 되면 결국 직장도 쫓겨나고 실업자 신세가 되어 그 인생의 앞날은 고롭기 짝이 없다.
미국은 이렇게 음주에 관한한 대단히 엄격한 사회다.
이는 ‘음주운전 추방 어머니 연대(MADD)’같은 강력한 사회단체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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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말마다 예고 없이 음주 운전 체크포인트가 생겨서 운전자들의 앞길을 막아서도 운전자들은 전혀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음주운전과 같은 살인행위는 길바닥에서 몰아내야 된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미국 TV 방송엔 거의 술 광고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개 수퍼볼이나 월드시리즈 결승전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를 빼고는 술 광고가 별로 없다.
미국인들이 즐기는 쿠어스나 버드와이저, 또는 코로나 같은 맥주회사들이 TV를 통해 광고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할까? 그러나 시청자들이 하도 깐깐해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
NBC 방송이 10여년 전에 대담하게 술 광고를 하고 나섰다가 시청거부운동 같은 철퇴를 맞고 후퇴해 버렸다.
사회단체들이 청소년 유해성을 들어 벌떼같이 달려들자 NBC가 두손 들고 항복한 것이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스타들, 예컨대 레이다 가가나 안젤리나 졸리의 손에 술병 들려주고 광고 찍어대면 그 광고효과가 하늘을 찌르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이 나라엔 술 광고 모델하겠다는 수퍼 스타들도 없고, 그런 수퍼스타 술 광고와 계약을 맺어 돈을 챙기는 방송사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술 광고가 제한받는 미국에서 사각지대 하나가 있다.
바로 한인 커뮤니티다. 경쟁적으로 한인들에 파고드는 케이블 방송들을 통해 한국 주요 TV 방송의 술 광고가 아무 제약없이 우리들의 안방에 파고들고 있다.
한국에서 뜨는 배우나 탈렌트는 모두 술 광고 모델이다. “흔들어라”, “입술을 달라”, “사랑에 빠졌다”는 등 별 야시시한 말을 해가며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수퍼스타들이 술병을 들고 요란하게 흔들어 댄다.
오감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광고를 보고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한국 연속극 순서 기다리다가 엉겹결에 나타나는 이같은 ‘18금’수준의 술 광고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민망할 때가 많다.
텍사스에서부터 시작되어 요즘 ‘매춘=코리안’이라고 주류사회에서 소문이 나고 있다. 정말 창피한 일이다.
그런 마당에 또 ‘코리안=술 고래’란 보도가 언제 주류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지 모르겠다.
금주가 기독교가 가르치는 중요한 생활 윤리이긴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건강한 이민사회 건설을 위해서도 중요한 생활 철학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술 소비량에 있어 세계 4대 강국이라고 한다. 러시아, 라트비아, 루마니아에 이어 한국이 4등을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 해도 부끄러운 조국의 술 문화는 수입제한 품목이 되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안방에 파고드는 한국의 술 광고 . . . 술병을 들고 정신없이 흔드는 여배우들을 그냥 구경만 할 것인가? 아니면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교회 지도자들은 없으신가?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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