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 못읽는 강정숙 권사, 교회 본당서 성애 첫 캐럴 연주까지

부활절 예배 목표로 새 찬양 연습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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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숙 권사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예수교회에서 진행된 성탄 전야 예배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연주하고 있다.

 

강정숙(82) 권사가 성탄절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예수교회(임우성 목사) 본당의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익숙한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피아노 건반을 타고 흘러 나왔다.

여든이 넘은 강 권사는 악보를 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보지 못했다. 

음계를 모두 외워 신중하게 건반을 눌렀다. 

투박한 연주였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연주를 마치자 교인들이 손뼉을 치며 응원을 건넸다. 

강 권사의 첫 연주를 축하하려고 교회를 찾은 그의 자녀와 손주들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강 권사는 이날 예배를 시작으로 성탄절과 26일 주일에도 특별 연주를 했다. 

세 차례 연주를 위해 6개월 동안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피아노 연습을 시작한 건 지난 7월 수요예배 이후다. 

반주자가 몸이 아파 교회에 나오지 못해 반주자 없는 예배를 드린 게 연습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강 권사는 "반주자 없이 예배를 드리면서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면 하나님 앞에 봉사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며 "그날 바로 아들에게 '장난감(피아노) 하나 사달라'고 부탁했고 다음 날 아들이 사온 디지털 피아노로 무작정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긴 건 피아노가 생긴 뒤 부터다. 

악보를 볼 줄 모르는 강 권사는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급한 마음에 딸과 손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딸은 악보에 계이름을 써줬고 손녀는 건반에 계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줬다"며 "둘을 비교해 가며 연습하다 결국 악보를 모두 외웠다"고 했다.

연습한 곡은 오직 하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다. 

강 권사는 "하나님께 연주를 통해 선물 드리고 싶은 마음에 겁도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면서 "성탄절에 연주를 할 수 있다니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피아노 연습을 시작했다는 강 권사는 평소에도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이다.

교회 찬양대를 이끄는 그는 매일 새벽·저녁 기도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수요예배 금요예배와 두 차례 진행되는 주일예배도 늘 개근이다. 

코로나19 직전 열렸던 성경 암송 대회에서는 우승도 했다. 강 권사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노년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우성 목사도 "예배에 봉사하기 위해 헌신하는 권사님의 모습을 보며 교인들도 감동하고 있다"며 "그는 신앙의 선배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강 권사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부활절 예배 연주다. 

이미 찬송가 208장 '내 주의 나라와'와 270장 '변찮는 주님의 사랑과'를 연습하고 있다. 

그는 "다른 소원은 없고 악보를 보며 연주하고 싶다"며 "부활절 예배를 목표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 찬양을 연습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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