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김성묵장로의 조언, 이사장직 내려놓고 고문으로 사역 이어가

74개국 298개도시에서 41만명 수료...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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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묵 두란노아버지학교 고문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두란노아버지학교 사무실에서 '가정을 살리는 아버지 5계명'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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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학교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동료를 위해 함께 축복기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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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진행된 아버지학교 수료식 장면.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에서 아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두란노아버지학교(이사장 최성완 장로)의 캐치프레이즈는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버지학교는 현재 74개국 298개 도시에서 총 41만여명이 수료했다. 

1995년 출범 이후 하루 42명 꼴로 이 과정을 마친 셈이다.

5주 커리큘럼의 아버지 살리기 프로그램인 아버지학교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실의에 빠진 아버지들의 '희망 전도사'였다. 

이혼 위기 가정을 회복시키는가 하면 남편과 아버지의 책임과 역할을 회복시키는 데 일조했다. 

단 5주 만에 사람이 바뀌어 돌아온다고 해서 '5주의 기적'으로도 불리웠다. 

수료식 때 무릎을 꿇고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은 아버지학교를 상징하는 세리머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줌(Zoom)을 통해 비대면 아버지학교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김성묵(72) 온누리교회 장로는 대한민국 아버지학교의 산 증인이다.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의 권유로 아버지학교 사역에 뛰어들어 출범부터 최일선에서 헌신해왔다. 

그는 최근 이사장직을 후임 최성완 장로에게 넘겨주고 고문으로 추대됐다. 

이·취임식이 열린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두란노아버지학교 사무실에서 김 고문을 만났다.

 

- '인생 후반전'을 아버지학교에 올인했다.

 

"참으로 보람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아버지들의 변화로 가정이 회복되고 직장과 교회,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많이 끼쳤다. 아버지학교가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영적인 한류'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

 

- 아버지학교가 가정과 교회, 사회에 끼친 영향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것이다. 집보다 가정, 방보다 사람, 가구보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줬다. 아버지로 하여금 가족, 특히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했다. 남자로 태어나서 저절로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되기 위한 공부'의 필요성과 실천 방법을 전했다고 생각한다."

 

- 아버지학교 커리큘럼의 핵심은 무엇인가.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의 사명, 아버지의 영성 등을 다룬 주제강의가 핵심이다. 이밖에 아버지학교 수료자의 간증과 실천을 위한 조별 나눔 활동, 마지막에 세족식을 거치면서 참가자들은 큰 역동성과 감동을 경험한다."

 

- 출범 30년이 다 되어간다. 아버지학교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한가.

 

"시대 변화에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군대나 교회청년들을 위한 '예비아버지학교'도 두고 있다. 또 젊은 아버지들을 위한 '젊은아빠학교'나 시니어 아버지들을 위한 '시니어아버지학교'를 준비 중이다. R&D(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아버지학교 운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등을 놓고 연구하고 있다."

 

- 요즘 신세대 아버지들의 특징이 궁금하다.

 

"너무 부드럽다. 강직했던 예전의 아버지들과 대조적이다. 아버지는 왕, 전사, 스승, 친구 같은 요소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요즘 아버지들은 친구 같은 아버지 성향은 강하다. 반면 나머지 요소, 특히 왕 같은 권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약하다. 건강한 권위를 지닌 아버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남편과 아버지로서 자평한다면.

 

"인생의 전반부는 세상일에 미쳐서 살았다. 이혼 직전까지 갔다. 아버지학교 사역 초창기에는 '예수 만나기 전에는 세상에 미쳐 우리를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아버지학교에 미쳐서 가족을 힘들게 하느냐'는 얘기도 들었다. 어느 날, 큐티를 하면서 아이들이 '아버지가 무섭고 싫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이후로 아이들이 마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버지학교는 삶의 실천운동이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지금 관계가 좋다."

 

-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 5계명'을 꼽는다면.

 

△아버지의 가치관을 나누며 가정의 비전을 세운다. 

△아내와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공동식사, 가정예배, 감사나눔, 여행 등).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하루에 한번 이상 안아준다(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칭찬·격려해준다.)

 

- 남편을 살리는 아내의 지침은 없나.

 

"남성의 최대 욕구 가운데 하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다. 부부 싸움 중에 남편의 입에서 '너 나 무시해' 말이 나오면 심각해진 상황이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말투와 표정을 바꿔라. 남자는 따뜻한 어머니 품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그러면 남편도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서로 인정해주면서 부부가 서로 수용력을 키워나갈 때 인생의 동반자로 서 가는 것이다."

김 고문은 아버지학교 사역을 하면서 세 번의 고비를 넘겼다. 

20년 전 대장암으로 대장을 50㎝나 잘라냈고, 3년 전에는 위암으로 위의 절반을 도려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폐 손상이 심각해 보름 넘게 사경을 헤맸다. 

모두 다 '영광의 상처'처럼 여긴다는 그는 "후손들에게 아버지학교운동을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뒤에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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