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

 

하나님,

 

함부로 낙원을 입에 올린 허영심을 회개합니다.

 

 우리는 흔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

그리고 부자들이 사는 곳을 낙원이라 부르곤 했습니다.

마우이를 그래서 지상낙원이라 부르곤 했습니다.

 

그 지상낙원을 휩쓴 강풍과 화재로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처참한 고난의 현장을 바라보며

하나님, 낙원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린 우리들의

저속하고 얄팍한 허영심을 회개합니다.

 

이 지상 어느 곳에 낙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걸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그냥 우리는

이 땅에서 부요하게 사는 것을 마냥 부러워한 끝에

지상낙원이란 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하나님, 우리들의 입에 붙은 간사하고

오만한 언어들을 교정시켜 주시고

당장 불탄 자리에서 차마 가족의 생사조차 알수 없어

애통하는 자들에게

긍휼의 손길 펼쳐 주소서.

 

가계를 잃고, 교회당이 잿더미가 되고, 살던 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뼈저리게 아픈 저들의 마음 위로하여 주소서.

 

그 아름다운 마을에 갑자기 악마와 같은 험악한 불길이

어떻게 그리 삽시간에 불어왔는지

그 많은 것들이 왜 속절없이 재로 변하였는지

우리로는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바다 건너 빤히 바라보이는 몰로카이 섬의 칼라우파파 해변은

다미엔 신부님이 이름 없이 죽어가던 나병환자들을

돌보던 곳이었습니다.

 

마우이에서 제일 높은 산, 할레아칼라의 일출을 눈에 담기 위해

세계의 구경꾼들이 몰려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평화의 나라, 마우이 . . .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보리수 나무가 이번 화재를 견디며

타지 않고 꿋꿋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뉴스가 다행스러울지라도

아직 생사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수많은 죽음 앞에

그게 무슨 큰 위로가 되겠습니까?

 

이제 털고 일어나게 하소서, 슬픔을 딛고 그 땅에 깃들어 온

평안과 안녕이 되살아 나는 날을 속히 허락하여 주소서.

 

낙원으로 불리던 곳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는 것을

목격하게 하신 이유를 깨닫게 하소서

더욱 겸손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나님이 ‘만유의 주’가 되심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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