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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배 목사

 

제가 임마누엘 장로교회에서 은퇴를 한지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막상 은퇴를 해보니까 아쉬운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래 함께 지낸 사랑하는 성도님들과 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교회를 떠나 낯선 환경에 새로 적응하는 것이 좀 어려웠습니다.

 또 날마다 꼭 해야 할 일들이 없어지고 아침마다 출근할 곳이 없다는 것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평일 오후에 부목사님들과 함께 탁구를 치던 시간도 그립고, 가끔 나가던 엘카미노 거리도 점점 먼 추억이 되어갑니다.  

은퇴를 한 후 좋은 점이 있다면, 가정예배입니다. 

은퇴 전에는 제가 새벽에 나가는 시간은 항상 일정했지만,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일정치 않거나 너무 늦어서, 목회 중에는 가정예배를 자주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내와 함께 둘이서 아침마다 즐겁게 예배를 드립니다. 

또한 어렸을 때는 늘 공부에 시달리고 성장해서는 목회로 늘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이제는 시간에 여유가 있다보니 인생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도 은퇴의 좋은 점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은퇴한지 3년이 되었으니 이제 제 나이도 이제 68세가 되었습니다. 

68년의 세월을 제가 살았는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68년의 생애 중에 하나님께서 의미 있는 삶으로 인정해주실 연수는 몇 년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라는 모세의 고백에 따르면(시90:10), 인생이란 오래 살아도 어차피 늘어나는 것은 수고와 슬픔 뿐이므로,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가치있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은퇴한 분도 계시고, 아직 직장이나 자녀 양육에서 아직 은퇴를 하지 못한 분도 계시겠지만, 어쨋든 잠시라도 정신없이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사람 모세가 날아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90:12) 기도한 것처럼, 우리는 나의 남은 연수를 계산해보면서 뜻하지 않게 소중한 지혜를 얻곤 합니다.

서양에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돈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시간도 돈만큼 중요하다는 교훈을 가르쳐주는 격언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은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가고, 시간 속에서 하나님과 교제하며, 시공간의 세계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선을 행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돈은 무척 아끼지만, 돈보다 훨씬 더 소중한 시간은 별로 아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TV나 인터넷 앞에서 시간을 물 쓰듯 합니다. 

별로 쓸데없는 잡담이나 험담에 많은 세월을 허송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5:16). 

5, 6년 전부터 제가 은퇴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한 제목은 한 가지였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컴퓨터도 못하고 악기 다루는 것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데, 제가 은퇴 후에 세월을 허송하지 않도록, 평생 해온 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주시도록 간구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기도를 들어주셔서, 요즘도 저는 매주 두번 정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영국이 자랑하는 선교사 중에 C.T. Studd(1860-1931)라는 선교사가 있습니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다니며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크리켓 선수가 되었고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24살 나이에 중국으로 선교를 떠나 고달픈 선교사로 일생을 보냅니다. 

그는 이런 고백을 남겼습니다.

오직 인생을 한번 산다. 그것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오직 그리스도를 위해 산 것만 남는다.

Only one life, 'twill soon be past.

Only what's done for Christ will last.

아직 직장생활을 하고 계시나요? 

아니면 은퇴를 하셨나요? 

어떤 위치, 어떤 환경에 있든지 세월을 아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세월을 아끼는 유일한 길은 그리스도를 위해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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