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신학교들이 경제 침체 여파와 신학생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간 풀러신학교(왼쪽)와 2013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루터신학교 전경.
신학교들 시험에 들다
"퍼펙트 스톰", "터프 타임"
할리우드 영화 제목이 아니다.
미국 신학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다.
신학생 등록 비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며, 일부 신학교들은 아예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다.
교단이나 독지가들의 기부도 줄었고 그나마 있는 학생들은 수강 과목을 줄여가며 학비를 아끼고 있다.
등록금을 현금으로 통째 내주던 ‘고마운’ 한국인 유학생들은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세미너리(seminary·신학교)가 세미터리(cemetery·묘지)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미신학교협의회(ATS)가 지난해 2월 20일 발표한 ‘신학교들, 6가지 기록 세웠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7만5096명에 달했던 학생 수는 2014년 7만1449명으로 5% 감소했다.
특히 목회자를 양성하는 목회학 석사과정(M.Div.)의 경우 2009년 3만2689명에서 2014년 3만311명으로 떨어져 8%의 감소율을 보였다.
ATS 측은 “M.Div. 학생은 거의 10년째 줄고 있다”고 밝혔다.
주류 신학교들 모두 감소
이 같은 감소세는 보수 진보 성향과는 상관없이 모든 신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다. 풀러신학교는 2014∼2015년 전체 학생이 3258명이었다.
이는 10년 전 4128명에 비해 거의 1000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샌프란시스코신학교는 547명에서 199명으로 줄고 클레어몬트신학교는 479명에서 272명, 리젠트칼리지는 644명에서 458명, 리폼드신학교는 1249명에서 1082명 등으로 10년 새 감소했다.
미네소타주 루터신학교는 2013년 신학생 감소와 기부금 단절로 재정 위기에 몰리자 직원 18명을 해고하고 8명의 교수가 학교를 떠났다.
아예 학교 문을 닫거나 통폐합하는 경우도 생겼다.
일리노이주의 성공회 계열 시베리웨스턴신학교는 캠퍼스를 매각하고 같은 교단의 백슬리홀신학교로 합병됐다.
미시간신학교는 무디신학교로 통합됐다.
남부루터란신학교(사우스캐롤라이나주), 메노나이트형제성경신학교(캘리포니아주) 등도 통폐합 명단에 올랐다.
침체인가, 변화인가
미국의 신학교 침체는 2008년 미국을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 신학교들이 교단이나 교회의 기부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컸다.
거기다 백인 주류 교회들의 뚜렷한 하향세와 신학교육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비도 큰 부담이다.
다인종 신학교인 미국 국제신학교(ITS) 김재영 교수는 “미국의 학생들은 빚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 속에 있다. 그래서 신학교 지원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신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ATS가 발표한 ‘6가지 기록’은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상 ‘만학도’는 증가했다.
신학교 입학생 19%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당수는 목회자가 되기보다 교회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M.Div. 과정이 아닌 일반 신학석사(M.A.) 과정 등록률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ATS 측은 “M.A. 이수자들이 2009년보다 7% 증가했다”고 밝혔다.
2년 과정의 M.A. 프로그램은 미국의 거의 모든 신학교가 제공할 정도로 대중화돼 있다. 한편 아시아와 히스패닉 출신 등 마이너리티 신학생 증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09년 1만7498명이었던 소수인종 출신은 2012년 1만9499명, 2013년 1만9590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학교 역할에 대해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언제까지 교회가 전통적 신학교 시스템에 의지해 지도자를 양성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히브리어와 헬라어, 신학 과목을 배우는데 굳이 신학교에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최근엔 미국 대형 교회들이 직접 신학 과정을 운영하면서 교회 지도자를 키우고 있다.
온라인으로 신학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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