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회 22년만에 안식월을 가졌다. 

사모가 안식이 필요해? 

제목부터 너무 화려한 것은 아닌지, 물론 나 혼자 떠난 것은 아니고 남편과 함께 쉬었다. 

안식월로 두 달간 여행을 떠나겠다고 발표하니 교회의 여자 집사님께서 "사모님도 가세요?"라고 놀란 눈으로 묻는다.  

"나도 이번에는 집 지키지 않고 함께 갈거예요" 라고 마음속으로만 대답했다. 

365일 쉴줄 모르는 남편에게 일 중독자라고 불평했지만 그와 함께 사는 나도 별 차이는 없었다. 

나도 교회일에 올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게다가 사모웹을 시작하고부터는 짬짬이 인터넷을 들여다 봐야 하고 자주 업데이트 해야하고 글을 올리고 가끔 세미나까지 나가니 집에 있을 때도 남편이 나가는지 들어오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안식년은 못해도 안식월 이라도 하자고 세워 논 계획이니 나서긴했지만 속으로는 '할 일이 태산인데 놀 시간이 어딨어?' 또 다른 내가 투덜거렸다. 

목사의 아내도 '쉼'을 단순히 놀고 먹는 것쯤으로 생각했으니 평신도 들이야 어쩌랴. 

나의 남편은 22년 목회에 일년 365일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십대 였을 때 우리 부부의 난 스탑(non-stop) 생활을 보며 "Dad, you’ve got to stop and smell roses(아빠, 잠깐 쉬어 장미꽃 향기 좀 맡아보세요-영어격언)"라고 충고한 적도 있는데 "니들이 목회를 알아?" 무시하고 살다가 탈진으로 거의 쓰러져 혼이 나고 의사의 처방이 쉬라는 것이었다. 

누가 못가게 한것도 아닌데 휴가도 스스로 포기하는 일중독은 고치기 쉽지 않았다. 

 

1. 쉴새 없는 목회자가정

사실 목회자는 일주일 내내 쉴 수 있는 시간여유가 없다. 

365일 새벽기도와 수요예배, 주일 설교, 새가족 심방은 물론 교인들의 애경사와 교회의 각종 공식 모임의 반복으로 휴가는 고사하고 잠 잘 시간조차 부족하다. 

필자의 남편은 외부집회, 해외선교까지 다니며 밤낮이 바뀌어도 시차적용을 할 시간도 없이 현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감에 곧바로 뛰어들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설교준비해서 공항에서 교회로 도착하자마자 주일예배를 인도했다. 

이렇게 안식 없는 사역이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을 병들게 한다는 교회문화연구소의 글을 어느 크리스찬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너무 팽팽한 바이올린 줄은 끊어지게 되고 너무 느슨한 바이올린 줄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성경에 하나님께서 안식일, 안식년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다면 아마 모든 목사들이 쉼 없이 일하다가 은퇴 없이 천국으로 직행하고 우리 사모들은 모두 사오정(사십오세 정년퇴직) 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사모들은 쉬며 사는가? 

천만의 말씀. 

대통령 다음으로 스트레스를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이 사모라는 미국 크리스찬 잡지의 통계가 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미국도 사모의 위치는 한국과 별 차이 없는 것 같다. 

사모의 모든 스트레스는 다른 글에 썼기 때문에 다시 언급하지 않겠지만 남편이 무엇을 하던지 남편이 일하는 모든 시간은 사모도 함께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음호에 계속)

-배명희 저서 신세대사모학(2004)에서

<북가주 사모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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