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력하는 것보다 더 부드럽게 나를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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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력하라’는 격언은 현대 사회에서 일종의 복음이자 주문이다. ‘노력의 신화’를 맹종하는 현대인은 이를 끊임없이 되뇌며 매사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런 양상은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에도 드러난다. 가족 간 불화, 학교 폭력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만성 스트레스에도 ‘기도와 말씀 묵상에 더 힘쓰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적잖다.

미국 임상 심리 치료사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및 우울·불안증 환자를 돌봐온 저자는 이를 ‘이 악물고 버티기의 영적 버전’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이 악물고 버티기는 “압도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몸과 마음의 경고를 무시하는 행위”를 뜻한다. 

육체의 통증과 탈진 조짐을 무시하고 자기감정을 축소하는 이런 태도가 습관으로 고착되면 탈진과 우울증, 무감각 상태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저자는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몸이 특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벌을 줘야 한다고 믿는” 이런 행태를 특히 경계한다. 영적 세계는 선하고 물질적 세계는 악하다는, 초대교회의 이단 사상인 영지주의(靈智主義) 관점이 반영돼서다. 

그는 “트라우마 인지적 신앙의 시각으로 볼 때 이런 현상의 결과는 처참하다. 

인간이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몸에 저장되기 때문”이라며 “몸으로 대속(代贖)을 이룬 예수는 우리의 인간성을 사랑한다”고 강조한다.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아버지와 알코올 중독 어머니 슬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 역시 트라우마 피해자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성인이 된 그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담자의 심리 변화에 자신을 맞추다 기진맥진해진 저자는 ‘더 노력하는 게 아니라 더 부드럽게 하는 태도’가 자기에게 필요하단 걸 절감한다. 

자기 필요에 귀 기울이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인생의 난관을 헤쳐나갈 때 삶의 회복 탄력성이 강화된다는 깨달음이다.

노력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건 아니다. 다만 “건강한 방식으로 매진하는 것과 해로운 패턴을 반복하며 자신을 상처입히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를 부드럽게 대하는 태도는 가족과 관계, 몸과 경력 등을 견뎌내는 게 아닌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으로 이끌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고 조언한다. 

최근 임상 심리 치료법으로 널리 활용되는 ‘마음 챙김’과 ‘자기 자비’의 기독교적 방안도 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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