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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교회는 복음을 사제와 성례전 속에 가뒀다. 교회가 ‘복음의 종’이 되어야 하는데 반대로 ‘복음의 주인’이 됐다.” 


교회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며 95개조 반박문을 써 종교개혁의 시작을 알린 마르틴 루터가 저서 ‘바빌론의 포로가 된 교회(1520)’에서 한 주장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 교회에 이 정신을 잇는 ‘복음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청현재이캘리그라피문화선교회는 부활절을 맞아 제5회 청현재이 캘리그라피 말씀깃발전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임동규 회장은 “모든 기독교인이 말씀 앞에 하나가 되도록 하기위해 시작한 말씀깃발전이 회를 거듭할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는 130년 전 부활절 아침, 이 땅에 처음 왔던 선교사들이 묻힌 서울 마포구 양화진 인근을 포함해 전국에서 말씀 깃발전을 연다”고 말했다.


말씀 깃발전은 ‘말씀이 주인’이 되는 행사다. 


선교회가 제공하는 말씀 이미지를 출력해 교회 안팎과 거리에 거는 것이다. 설치 기간은 31일까지 한달이다. 


선교회는 2014년 4월 ‘주를 경외하는 자에게 깃발을 주시고 진리를 위해 날개를 달게 하셨나이다(시 60:4)’는 말씀을 바탕으로 서울 동작구 사당로 총신대에서 부활절 기념 제1회 말씀깃발전을 열었다. 


같은 해 가을 종교개혁 기념 제2회 깃발전은 총신대뿐만 아니라 장신대, 서울신대, 연세대 신대 등 7개 신학대로 확대됐다. 


지난해 3월 부활절에 연 제3회는 지역 교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종교개혁 기념 제4회 깃발전에는 경기도 양평 상심리교회 등 전국 1500여개 교회가 참여했다.


올해는 지역교회뿐만 아니라 전국 기독교 연합행사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선교회가 18∼31일 양화진 일대 거리에 말씀 깃발을 건다. 


마포구의 허가를 받아 지하철 망원역, 합정역, 상수역 거리 가로등 100개에 말씀 깃발 200개를 건다. 


전국 시·군·구 교회 연합회는 이렇게 지역자치단체 허가를 받아 진행하면 된다. 

선교회는 각 연합회에 참여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070-7118-6161).


각 지역교회와 신학교는 선교회 홈페이지(cjcm.co.kr)에서 말씀깃발 이미지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면 된다. 


실내나 자체 외부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선교회는 70여 가지 말씀 캘리그라피를 제공하고 있다. 

‘부활절을 축하해요’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다.

말씀 깃발전이 기독교 문화행사로 큰 호응을 받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오직 말씀으로’라는 개신교의 기본 정신이 크리스천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선교회 관계자는 “기독교는 로고스(logos)의 종교 즉 말씀의 종교다. 


부활절, 종교개혁 기념일에 말씀 그 자체를 되새기고 나눠야 한다는 데 많은 분들이 뜻을 같이 하신다”고 말했다.


손글씨인 캘리그라피는 글의 의미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전하는 효과가 있다.


 문화적으로 캘리그라피가 크게 유행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캘리그라피가 하나의 예술로 인식되면서 지자체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가 독자적 문화 행사로 추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전 행사와 인지도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선교회는 분석한다. 


올해의 경우 선교회는 말씀깃발 공모전을 진행했다. 선교회는 2012년 서울 마포구 홍대 앞과 성북구 성북천 거리에서 캘리그라피 전시 ‘한글로 물들이다’를 열었다.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은 “말씀 캘리그라피는 이미지 숭배를 피하면서 말씀을 환유하고 반성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일년에 두 차례, 전국 각 거리마다 말씀이 나부낀다면 삭막한 도시에 그리스도의 온기가 전해 질 것이고, 복음을 몰라서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못하는 이는 드물어 질 것이다. 

깃발전이 ‘선교’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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