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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크리스천 뉴스위크 발행인)

 

금빛 찬란한 월드컵은 결국 스페인이 들어 올렸다.
네델란드와의 지루한 결승전에서 천금 같은 한 골 때문에 우승의 주역이 된 것이다.
세계에서 7억 인구가 결승전을 지켜봤다고 하는데 아마 다시는 축구중계 보지 않겠다고 작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연장까지 120여분 동안 골 하나 들어가는 모양을 보려고 그 긴 시간을 죽치고 앉아 있어야만 했다니!
그래서 축구라면 별로라고 따돌리는 미국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만 같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에겐 뭐니뭐니해도 농구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주 그래서 미국인들은 정작 월드컵 보다는 자유계약 선수가 된 르브론 제임스가 과연 어느 팀에 합류할 것인지가 최고의 관심사였다. 
그가 마침내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겠다는 ESPN의 기자회견을 미국인 90%가 지켜봤다던가?
미국 프로농구 NBA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신인왕, 득점왕, MVP를 거치면서 킹이란 별명을 얻어 마침내 ‘킹 제임스’가 된 그에게 눈독을 들이던 시카고 불스나 뉴욕 닉스 등의 유혹의 손길을 물리치고 마이애미 행을 결심하자 제일 화가 난 것은 바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팬들이었으라.
그런데 너무 지나쳤다. 클리블랜드 거리에선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르브론 제임스의 화형식이 열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건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아니지 않는가?
금년 NBA 챔피언 2연승 수훈을 세운 레이커스의 간판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비롯 파우 가솔, 데릭 피셔 등이 계약이 만료되어 만약 다른 팀으로 옮겨 간다고 가정해 보자.
서운하지만 다른 팀에 가서도 더욱 멋진 플레이를 선사해 주길 기대하는 것이 프로 농구를 사랑하는 팬의 태도일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의 이적 소식 때문에 흥분한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목회자 이동 소식에 서운해 하는 교회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특별히 감독의 파송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연합감리교단에서는 7월이면 많은 이동이 있다.
이런 교단일수록 목회자들은 늘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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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다른 데로 가라면 가방 싸가지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회자의 3대 요소, 즉 책방, 골방, 심방 외에 또 하나 준비해 둘 제4의 방이 가방이다.
그렇다고 가방 때문에 목회를 어영부영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원론적으로는 우리가 주님 바라보고 교회 다니지 결코 목사 얼굴 보고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목사님 때문에 그 교회에 나가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 일이 되고 있는가?
담임 목사에게서 예수 그리스도를 느끼고 주님의 향기를 경험 할 수는 있어도 목사는 언제나 자신이 아니라 주님을 드러내는 거울이어야 마땅하다.
아무리 고귀한 인품을 갖고 살아오신 존경 받는 목회자라 할지라도 그 분을 통해 더 고귀해 져야 할 분은 예수 그리스도가 되셔야 함을 우리는 세례 요한을 통해서 아주 찐하게 교훈을 얻어왔다.
담임 목사님도 예수님 때문에 얻은 인연인데 그 분이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경우가 생긴다 해도 과감하게 축복 송을 불러 드리며 멋들어지게 보내드리는 아름답고 열린 마음을 우리는 훈련해야 한다.  
큰 교회는 돈 많이 준다니까 우리 같은 작은 교회를 헌신짝 같이 차버렸다며 우리 목사는 돈만 밝히는 목사였다고 가시는 목사님 뒤통수에 대고 욕하지 말자.
더구나 내가 좋아하던 목사님이 날 모른 척 하고 다른 데로 가벼렸으니 나도 이제 그 교회 쫑 쳐야 되겠다고 결심하지는 말자.
유치해 보인다. 우리도 이제는 좀 성숙해져야 한다.
주님을 바라보며 교회에 나가자.
사실은 내가 이 교회의 주인이요, 이 교회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갖고 교회를 지켜야 어른스러운 크리스천이다. 
열광하던 스타 플레이어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하여 괘씸한 마음에 화형식까지 벌였다면 그는 NBA 팬이 될 자격이 없다.
담임목사가 다른 임지로 옮겨 간다면 이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사역에 감사하며 멋지게 박수갈채를 보내드리는 성도들이야말로 진짜 그 목사님의 영원한 팬이다.
그런 멋진 이별에 익숙해지자.
우리 목사님 절대 못 보내겠다고 발버둥치는 교회들을 많이 보아 왔지만 그러나 자고로 가겠다는 사람은 잡는 법이 아니다.
마음이 떠난 사람 잡아 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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