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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복권 열풍이라더니 이제는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고 있다. 

생긴 사람은 모두 파워볼 타령이다. 


그 동안 복권 당첨으로 유명해진 LA 남부지역 ‘명당’ 리커스토어 앞에는 파워볼을 사려는 사람들이 연방 이민국 정문 앞에서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영주권 대기자들처럼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지난 주말 파워볼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다음 추첨일인 1월 13일에는 당첨금이 무려 15억 달러라고 한다. 


15억 달러면 돈다발이 얼마나 쌓이는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2014년 통계로 따지면 15억이란 돈은 세계 20여 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훨씬 초과하는 돈이다. 


예컨대 솔로몬 아일랜드의 GDP는 11억 달러, 사모아는 8억 달러, 도미니카 공화국은 5억2천만 달러, 통가는 4억3천만 달러, 감비아는 9억 달러 수준이다. 


월드뱅크에서 낸 통계다. 


그러니 15억이란 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은가?


15억 달러는 그 정도의 돈이라고 적당히 계산을 끝낸 뒤 정말 내가 합법적이고 당당한 그 돈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2달러짜리 파워볼 로토를 산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렇다면 그 상상의 나래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파워볼 1등에 당첨될 확률은 2억9천2백만분의 1이라고 한다. 


미국 인구와 비슷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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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상상의 나래는 갑자기 절망의 먹구름 속을 헤매게 된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더 희박하다고 말해줘도 복권 몇 장을 호주머니에 넣고 며칠간의 행복한 망상을 즐기기 위해 로토를 산다고 대부분 변명을 해 댄다. 


결국 파워볼 당첨이란 ‘낙타의 바늘구멍 통과하기’로 봐야 한다. 


그런데 혹시 낙타보다 더 큰 바늘구멍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어거지 믿음을 가지고 사람들은 파워볼 광풍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파워볼은 미 전국 44개 주와 워싱턴 DC,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와 버진 아일랜드 등 모두 47개 지역에서 발행되고 있지만 알래바마, 미시시피, 유타, 네바다, 와이오밍 주는 파워볼 복권을 팔지 않는다.


로토(Lotto)는 ‘행운’이란 뜻의 이태리어다. 우리는 ‘복권’이라 부른다.


1400년경 네델란드에서 추첨식 복권이 처음 시작되었고 현재의 복권은 1530년 이태리 프로렌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유럽문화에 생기를 불어넣은 르네상스의 요람이랄 수 있는 플로렌스에서 로토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


그럼 기독교인이 로토를 사도되는가? 


로토를 일종의 게임이라고 본다면 로토를 사는데 까지 기독교인, 비기독교인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좀 보수꼴통이 아니냐고 불쾌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 법하다. 


꼭 로토에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되겠다고 작심하며 덤비는 것도 아니고 로토에 목을 맨 듯 몇 백 달러, 몇 천 달러씩 사들이는 투기성 환자(?)가 아니라면 윤리적으로 크게 문제삼을 범죄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십계명을 어기는 일도 아니고 “로토를 하면 화 있을진저. . .” 성경이 로토를 그렇게 대놓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자는 식이다.


그런데 미 복음주의 지도자 존 파이퍼는 로토는 영적 자멸행위라고 말하면서 결국은 로토란 헛수고(Fool''s Errand)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디모데전서 6장 9절을 인용하여 “부자가 되려는 사람은 시험에 들고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바울 선생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있다. 


10절에서는 새 번역 성경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더 많이 얻으려다가 진실한 믿음에서 떠나고 오히려 더 큰 근심과 고통만 당하게 됩니다.”


존 파이퍼는 컨슈머리포트를 인용하여 로토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자가 되는 초대박 꿈을 자극하여 오히려 그들의 빈곤한 호주머니를 희생 제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에서 연간수입이 1만3천 달러 혹은 그 이하의 가정에서 로토를 사기 위해 쓰는 돈이 무려 인컴의  9%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다. 


기독교인이라면 로토 광풍에 빨려들지 말자.


사실 로토를 사는 돈이 땡전에 불과하지만 돈은 돈이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돈을 15억 달러란 환상을 향해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 금쪽같은 캐시를 프리웨이 램프 주변에서 무언으로 구걸 하고 있는 노숙자들에게 건네준다면 오히려 그 땡전은 사랑의 온기가 되어 추운 세상 일부를 덥혀 갈 것이다.


“나도 한번 사볼까?” 


그런 유혹 떨쳐버리고 로토 살 돈을 꼬불쳐 놨다면 아낌없이 노숙자들에게 건네주자. 


게걸스러운 초대박 벼락부자의 꿈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이다.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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