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1.jpg
임봉대 목사
<국제성서박물관장>




 “샤바트 자코르”는 부림절 직전의 안식일을 말하는데, “자코르”는 히브리어로 “기억하다”(remember)라는 뜻이다. 


에스더서에서 하만이 유대인을 몰살하기 위한 날짜를 정하기 위해 제비(lot)를 뽑았는데,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왕에게 나아가 하만의 흉계를 밝힌 에스더의 공로로 하만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모두 몰살을 당하고 유대인은 구원을 받았다. 


이 사건을 기념하여 지키는 절기가 “부림절”(Purim Fest)이다. 


“부림”이라는 히브리어는 “제비”(lot)라는 뜻이다. 


에스더서 3장 1절에 하만을 “아각 사람”이라고 함으로써 이스라엘 역사 초기에 등장하였던 아말렉 왕 아각의 후손임을 암시하고 있다. 


아말렉은 이스라엘이 백성들이 출애굽하여 광야에 들어왔을 때 부딪쳤던 최초의 적이었다(출 17:8-16). 


 구약이야기.jpg



이때부터 아말렉은 대대로 하나님의 적이 되었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대인들을 박해하거나 죽이려는 반(反)셈주의(anti-Semitism)의 상징이 되었다. 


세계 제2차대전 당시 6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하였던 아돌프 히틀러, 이스라엘과 적대적 관계를 갖고 위협하였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등이 모두 유대인들에게는 아말렉의 후예들이었다.


  신명기 25장 17-19절에서 하나님은 아말렉이 이스라엘에 행한 악행을 지적하면서 “너는 천하에서 아말렉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라”고 명령하셨다. 


이 율법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늘날 부림절을 지키면서 부림절 직전의 안식일을 “샤바트 자코르”, 즉 “기억의 안식일”이라 명하고, 이날 성경에 있는 아말렉과 관련된 말씀을 읽는다.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수천 년에 걸쳐서 끊임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아 왔다. 


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을 만큼 위기 속에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편이 되셔서 불의하게 약한 자를 죽이고 비겁하게 뒤에서 공격하는 아말렉과 맞서 싸우셨다. 


하나님이 아말렉과 적이 되신 것은 특정 민족을 편들거나 미워하신 것이 아니라 불의한 강자를 미워하시고 약자를 긍휼히 여기신 공의와 사랑 때문이다.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오늘 이 시대에 아말렉은 과연 누구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