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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가 미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다 아는 대로 그는 부동산 재벌이다.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 선언과 함께 쏟아낸 말들이 일파 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출마 일성이 우선 멕시코의 불법 이민자부터 막겠다는 것이다. 


멕시코 이민자들을 대개 강간범이요 범죄자로 목 박고 이 나라에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마약뿐이라고 서슴없이 외쳤다. 


때마침 멕시코 최대 마약 왕 호아킨 구스만이 2번째로 영화 뺨치는 지하땅굴 탈옥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지난주 보도되자 트럼프는 “그것 봐라, 내 말이 틀렸냐?”는 식으로 기고만장이다.


이쯤되니 멕시코에선 난리가 났다. 


트럼프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어린아이들 생일이 되면 캔디를 넣어 나무가지에 매달아 막대기로 때리는 장난감 인형인 피냐타에 트럼프의 얼굴을 그려 넣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난 멕시코인들이 그렇게라도 트럼프를 마구 후려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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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역풍은 대단하다. 


우선 NBC 방송이 트럼프 소유 미스 유니버스 협회와 단절을 선언했고 히스패닉 방송인 유니버전도 마찬가지. 


메이시는 트럼프 남성복 라인 판매중단,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나스카도 관계단절, 매트리스업체인 설타와 프로골프 PGA도 관계단절을 선언하고 나섰다.


연일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트럼프의 혐오발언은 공화당에겐 독약인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남미계 표를 끌어들여 당선가도를 달렸던 오마바를 생각하면 공화당으로서는 이번엔 꼭 그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는 셈이다. 


그런데 ‘공화당=트럼프’으로 비쳐지면 내년 대통령 선거도 날 샜다는 한숨이 터져 나올 만 하다.


공화당의 남미계 표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으니 민주당의 힐러리는 표정관리를 하며 속으로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적군이 아니라 고마운 지원군(?)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공화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15명 가운데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을 제치고 그가 여론조사 1~2 등을 달리고 있다니 이게 믿을만한 일인가?


그러니까 미국인들은 멕시코 이민자들에게 막말을 두려워하지 않는 트럼프에게 은근히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대놓고 이민자를 비판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판에 트럼프가 대역을 맡아주니 대리만족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공화당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티 파티’는 저리가라다. 


지금은 트럼프가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이민자로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로선 트럼프가 괘씸하다.


 “아니, 네 조상은 이민자 아니었냐?”라고 따지고 들면서 반트럼프 라인에 서야 마땅하다.

그런데 내 아들은 트럼프의 생각과 비슷하다.


멕시코 이민자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낸 고액 세금만 축내고 있다며 멕시코 애기만 나오면 버럭 화를 낸다. 


수많은 멕시컨 노인들이 병원에 누워 갖은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모두 이 나라의 중산층들이 허리 휘면서 번 돈으로 낸 세금 때문이라는 것이다. 


푸드 스탬프와 웰페어 등등 수많은 복지혜택을 받아가며 실실 놀면서 배부른 사람들이 그들이라고 비판하는 아들은 그런 이민자들의 복지혜택으로 새는 돈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 아내는 반대다. 


히스패닉 밀집지역 중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는 아이가 아프다고 부모에게 전화를 하면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일일 노동자, 청소부, 가드너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아이들이 아프다고 전해도 급하게 뛰어 올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하루 일당을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내 말은 그런 멕시코 이민자들이 미국의 허드렛일, 즉 '3D(dirty, difficult, dangerous)업종'에 종사해 주지 않으면 미국은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나선다. 


멕시코 이민자들의 노동시장에 대한 공헌(?)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트럼프와 반 트럼프로 나뉜다.


나는 트럼프가 대선에 나온다면 코미디 수준으로 몇 마디 떠들다 경선포기를 선언하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뜻밖의 선전을 하고 있다면 이건 무슨 뜻인가?


게는 가재편이라고 멕시코 이민자들을 덮어놓고 범죄자 취급하며 떠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같은 이민자 처지인 우리가 그에게 표를 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내 아들은 얼굴만 한국인이지 생각은 완전 미국 순종(?)이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쩌면 트럼프를 찍을지도 모르겠다.


트럼프가 돈 버는 데는 달인인지 모르겠으나 아메리카 합중국의 대통령이 되기엔 공부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멜팅팟’ 이란 말도 못 들어 봤나? 


이 나라의 부를 독식하여 온통 돈으로 찍어 바른 것처럼 자르르 부티냄새 풍기면서 대통령까지 되겠다고 나선다면 권력까지 독식하겠다는 야심인가?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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