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가 무슨 잘못입니까?

한번 넘어졌다고 교회를 옮긴다면...

 

최강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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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페이스북 친구가 베트남 쌀국수 그릇에 휴대폰을 빠뜨렸다. 

쌀국수를 먹기 전에 사진을 멋지게 찍으려고 하다가 그만 휴대폰을 떨어뜨린 것이다. 

당시에는 휴대폰이 완전 방수가 되지 않던 시절이어서 그 일로 휴대폰이 망가져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

 아까운 돈을 날린 것보다 속상한 일은 그 속에 저장되어 있던 전화번호와 각종 정보까지 싹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 일로 페친은 앞으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필리핀 쌀국수로 갈아타겠다고 했다. 

이 말은, 아무리 속상해도 맛있는 쌀국수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리이다. 

그런 말을 하자 여러 페친들이 쌀국수 대신 보리국수 먹어라, 그냥 잔치 국수 먹어라 등 재미있는 댓글을 달아 주었다. 

또 사라진 데이터를 찾는 방법도 올려주었다. 

베트남 쌀국수 대신에 필리핀 쌀국수로 갈아타겠다는 말은 누가 봐도 웃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현실에서는 종종 정말로 쌀국수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할머니가 예배 마치고 나오면서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기하느라 뒷걸음으로 걷다가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놀라서 달려가 부축해 드렸더니 다친 데도 없고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로 그 할머니가 다시는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로 권면해도 백약이 무효였다. 그 할머니는 그렇게 ‘필리핀’으로 갈아타고 말았다.

한 부인이 발이 아파서 신발을 불편하게 신고 교회에 왔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불편하게 신은 신발 때문에 계단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바로 옆에 있던 남편조차 붙잡을 틈이 없었다.

여러 사람이 놀라서 달려갔고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많이 다쳤을까 하여 병원에 다녀왔는지, 상태는 어떤지 여러 번 안부를 물었다. 

별문제 아니라고 했고 걱정 끼쳐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다시는 그분을 볼 수가 없었다.

쌀국수를 먹으면서 사진을 찍다가 미끄러져서 휴대폰을 쌀국수에 빠뜨린 것은 쌀국수 때문인가? 아니면 베트남 때문인가? 필리핀 쌀국수를 먹으면 그런 일이 안 생길 것인가? 그분이 쌀국수 먹은 일은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휴대폰을 빠뜨린 것은 처음이고 우연한 실수일 뿐이다. 그런데 베트남 쌀국수를 원망한다면 쌀국수는 얼마나 억울할까? 베트남은 더 억울할 것이다.

예배드리고 나오다가 넘어진 분도 여러 번 교회에 나왔지만 넘어진 것은 처음이고 우연한 실수일 뿐이다.

 여러 사람이 그 자리에서 넘어지도록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한번 넘어졌다고 교회를 갈아타는 것은 어떤 심리였을까? 너무 창피해서 그랬을까? 교회 입구에서 넘어진 후에 다시는 보이지 않는 그 성도가 다른 교회로 갈아탔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혹시라도 천국행 열차에서 내려 다른 열차로 갈아탄 것은 아닐 테지.

쌀국수는 평생 안 먹어도 상관없고 다른 나라 쌀국수를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예배당 입구에서 넘어졌다고 교회를 버리고 하나님을 버린다면 그것은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다. 

제발 그분이 혹시 교회를 갈아타더라도 천국 열차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갈아탄 새 교회에서는 제발 넘어지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보다도 혹시 넘어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만은 넘어지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광희=목사, 신학박사,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사무총장, 예장합신 동성애대책위원장,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대회 특별기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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