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용 컵에 담긴 커피를 주일 예배당에 가져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국내에도 꽤 이름이 알려진 미국 목사님이 이달 초 SNS에 공유한 ‘예배당 커피’ 단상이 미국 기독교 네티즌 사이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처럼 반응이 뜨거웠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베들레헴대학 총장인 존 파이퍼 목사는 지난 1일 X(옛 트위터)에 “주일 예배당에서 커피 마시는 것이 적합한지 다시 평가할 수 있을까요”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습니다.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길지니”라는 히브리서 12장 28절 구절도 첨부했죠.
예배당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예배 예절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일종의 자성이었습니다.
이 의견에는 찬반 댓글이 1500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엄숙한 예배당에 커피를 들고 들어간다는 발상 자체가 충격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잠을 깨우는 목적이니 되레 말씀을 잘 받아들일 준비로 본다는 찬성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 정서는 어떨까 궁금해 목사님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분은 (커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교회 금기 사항으로 정해 놓진 않았지만 성도가 알아서 ‘안 가져오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때와 장소의 구별, 예배자로서의 태도 등이 이유였습니다.
한 목사님은 “커피를 마시면서 예배에 참여하는 건 예배를 ‘드린다’가 아닌 ‘본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목사님이 예배당 내 커피는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한 목사님은 조는 성도를 위해 캔커피나 새콤한 사탕을 준비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목사님은 “단, 예배당 안에서 커피를 용인하는 이유는 예배를 잘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히 육체적 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저도 파이퍼 목사님처럼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실적 이유로 예배당 내 커피를 금지하는 교회도 있었습니다.
경건의 문제라기보단 다른 성도에게 소리나 냄새 등으로 불편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목사님은 “예배당에서 물을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듯 요즘 커피는 물처럼 대중화됐다”면서도 “바닥에 쏟는 등 문제로 입구 쪽에 커피를 두고 예배 후 마실 수 있게 한다”고도 했습니다.
또 다른 목사님은 “성도 여럿이 빨대로 소리 내며 커피를 마시는 바람에 묵상이 깨진 적도 있다”며 “본인뿐 아니라 주변에 방해가 되면 곤란해 평소 주의를 시키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이 교회는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것은 허용한다 합니다.
성도 중에는 예배당 커피 금지는 당연한데 무슨 논쟁거리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예배당 커피가 무슨 죄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파이퍼 목사님의 SNS를 보면서 문득 몇몇 장면이 기시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찬양예배에 드럼이, 대형 스크린에 성경 구절 띄우기가 도입될 때 말입니다.
시대마다 비본질적인 것 즉, 아디아포라(Adiaphora)에 대한 논쟁이 있었듯 지금의 커피가 그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 목사님의 우스갯소리처럼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설교하는 목사님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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