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_맨해튼.jpg

▲ 철거 위기에 놓인 미국 뉴욕 맨해튼 86번가 웨스트파크장로교회 모습.

 

지역을 대표하는 미국의 오래된 교회들이 성도 수 감소와 유지비용 증가 등 현실적 문제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오랜 세월 예배 자리를 지키고 지역사회를 섬기던 ‘랜드마크 교회’가 없어진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뉴욕포스트(NP)는 19세기 지어진 맨해튼 86번가 웨스트파크장로교회가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교회 자리에는 3000만 달러(약 392억원) 규모의 고급 콘도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 교회는 13년 전 뉴욕시랜드마크보존위원회(LPC)가 랜드마크로 지정했을 만큼 지역을 대표했다. 

그러나 교회는 사암으로 이뤄진 외관 침식을 수리하는 데 1800만 달러(약 235억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며 두 손을 든 상태다. 

LPC는 문화 공간이나 비영리단체, 어린이집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교회 인근에 사는 영화배우 마크 러팔로가 수리 비용을 대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교회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NP는 전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서머필드교회는 지난 6월 네 번째 주일예배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국 잡지 ‘슬레이트’의 지난 7월 보도에 따르면 1904년 지어진, 지역 내 가장 오래된 연합감리교 소속인 이 교회는 올해 초 65명이던 성도가 11명까지 쪼그라들었다. 

물이 새던 교회는 보수공사가 필요했지만 교회는 130만 달러(약 17억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교회는 지역 알코올·마약 중독자에게 새벽 2시까지 식사를 제공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공간이 돼 주었다.

오래된 미국 교회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교회 등 종교시설에 참석하는 비율이 급감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갤럽이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회나 유대교 회당, 이슬람사원에 매주 가는 미국인은 지난 10년간 40%대에서 30%로 떨어졌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가 속한 교단의 도움이나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성공회 관계자는 슬레이트에 뉴하모니의 한 교회가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이웃 주민으로부터 5만 달러(약 6558만원)를 모금한 사례를 언급하며 “지역사회에서 협력자를 찾아 그들을 우리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상황은 미국과 다르지만 교회 연수가 오래될수록 대비해야 하는 점은 비슷하다. 

최두길 야긴건축사무소 대표는 “한국은 재개발로 오래된 교회 건물을 없애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는 정서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교회는 지속적 성장을 위해 지역사회에 걸맞은 공간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삭건축소사무소의 최광호 대표는 “재건축 등을 대비해 공동체가 교회 역사 중 어떤 부분을 보존할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건물이라는 공간에 매몰되기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맞으며 교회 정신을 제대로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