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선물.JPG

 

 

 

‘괴물’, ‘도둑들’에 이어 관객 1280만명을 불러 모으며 역대 흥행 3위에 오른 휴먼코미디 영화 ‘7번방의 선물’. 스토리가 펼쳐지는 교도소 공간 컨셉트와 다양한 인간 군상 캐릭터의 뼈대는 김황성(45·여의도순복음 분당교회) 작가의 밑바닥 인생에서 빚어진 열매다.


“바닥 생활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아요.
하나님께서 빚어주신 거라 믿으니까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에서 PC방 점원, 건설현장 막노동, 아파트 경비, 심지어 일명 ‘야동(음란영상물)’ 배달부까지 전전하다 구치소 신세까지 져야 했던 과거를 그는 피해가지 않았다.


 지난 23일 벚꽃이 흩날리던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유독 많은 사연을 지닌 사람이었다.


IMF 금융위기가 휘몰아치던 1998년 초. 광고회사를 그만 둔 그는 모아놓은 돈으로 비디오방을 차렸다가 사기를 당했다.


돈을 떼먹은 이는 다름 아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울분, 배신감과 답답함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이듬해 서울 길동의 한 고시원에서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그에게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찾아왔다.


“근처 교회에서 제가 머무는 고시원에 전도를 하러 왔더라고요. 교회를 가자는데 싫다고 했죠. 일요일 하루 일 못하면 일당 3만원이 날아가니까.”


그러나 그는 교회에 나가기로 했다.


자신을 찾아온 여 전도사가 예배드리러 올 때마다 일당 대신 3만원을 주기로 했던 것.


비슷한 시기, 또 한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고시원 같은 층에 머물던 남성이었다.


“하루에 5만원씩 줄 테니까 우체국에서 등기 우편물을 부쳐 달라는 부탁을 하는 거예요.
 ‘이런 횡재가 있나’ 싶어 당장 ‘오케이’했죠. 일당보다 액수가 훨씬 많았으니까.” 며칠쯤 지나 그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여기에 뭐가 들었지?’ 어느 날 그는 일을 맡긴 남성의 방을 몰래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각종 음란물 복제물이 방안에 널려있던 것.


그의 마음에 불쑥 나쁜 생각이 스며들었다.


“이 일이라도 해서 몇 주 안남은 여동생 결혼 비용이라도 보태주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비디오테이프를 복제하는 데 필요한 기기를 살려니 돈이 부족해서 전도사님을 찾아갔죠.”
그는 무턱대고 10만원만 달라고 했다.


당시 돈을 건네주면서 자신을 바라보던 여 전도사의 눈빛을 그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표정이 굉장히 어둡고 걱정이 많은 눈빛이었어요.


마치 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견한 듯한….”


그 일을 시작한지 한달도 채 안 돼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 요즘 무슨 일 하고 있냐….”
검찰의 수사망이 가족에까지 좁혀온 것.


김 작가는 아버지와 함께 인천지검으로 찾아가 자수를 했다.


4개월간의 구치소 생활은 그때 경험했다.


이후 그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PC방을 차려 운영하는 등 재기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모두 실패했다.


경기도 분당의 월세방에 혼자 살던 그는 답답한 마음에 동네의 작은 개척교회(한생명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때가 2000년쯤이다. “교회 청년부 회원들이 드나드는 인터넷 블로그에 제가 겪은 얘기들을 차곡차곡 올려놨어요.”


그런데 주위로부터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연극배우인 동생을 거쳐 그의 아이디어와 ‘글발’이 충무로 영화감독들에까지 전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작가의 길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훈훈한 가족애를 그린 영화 ‘마음이2’와 ‘챔프’ 등도 그의 작품이다.


‘7번방의 선물’이 흥행하면서 요즘 주위의 관심과 격려도 끊이지 않는다.


김 작가 가족이 출석하는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이태근 담임목사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김 작가를 통해 삶의 의지를 다지고 복음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선한 영향력을 지닌 기독문화 작가로 활동해 달라”고 권면했다.


영화가 ‘대박’을 치면서 몸값도 훌쩍 뛰었다.
이미 2년 치 일감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했다.


2년 전 결혼한 그는 이달 초 딸까지 얻는 기쁨을 맛봤다.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그에게 물었다. 밑바닥이 다시 올까 두렵진 않느냐고. 그는 고개를 가로지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을 이끌어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걸 이제 알았거든요.”


떨어지는 벚꽃 잎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여유로워보였다.

인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