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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중앙고속도로 신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주포천 곁으로 난 도로를 따라 1㎞를 달려가자 강원도 원주 신림면 신림리가 나왔다. 

병원은 고사하고 편의점조차 없어 보이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이곳에 지난해 4월 치과 병원을 개업한 김광규(38) 원장의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강릉원주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김 원장은 지난해까지 8년간 원주에서 병원을 운영했다. 

원주 도심에 있던 김 원장의 병원은 제법 먼 거리에서도 환자가 찾아올 정도로 신뢰를 얻었다.
 
수입도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김 원장의 마음엔 늘 ‘시골 어르신’에 대한 부담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 원장은 “신림면에서 원주 도심까지는 자동차로는 가까운 거리지만 버스를 타면 1시간 정도 거리”라며 “신림면에서 찾아오시는 어른들을 뵐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 아내와 기도 끝에 병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소천하신 부친께서, 비록 의사는 아니셨지만 평생 교회에서 의료봉사를 함께 하셨다”며 “지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시던 부친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을 위해 헌신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이 고향인 김 원장은 대학 진학을 위해 강원도로 올 때부터 지역 사회를 위해 섬기기로 마음먹었다. 

대학 졸업 후 공중보건의 과정도 강원도에서 마쳤고, 개업 후에도 원주의 치과의사 모임 ‘의료봉사동아리’에서 2∼3주마다 의료봉사 활동에 나설 정도로 봉사활동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원주시내와 달리 시골마을에서는 김 원장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많지 않았다.
 
개업한지 2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내 청소년들을 추천받아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경우 대부분 건강보험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부모들은 생업에 바쁘고, ‘치과 치료는 비싸다’는 편견 때문에 치과를 멀리 했다. 

개업 이후 10여명의 중·고교생들이 김 원장의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았다.

김 원장의 도움으로 이웃 주민들은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중학생 아들의 충치를 치료한 김영미(가명·43·여)씨는 “농사지으면서 도시로 아이들 학교 보내는 것도 버거워 치과 치료는 생각도 못했다”며 “김 원장 덕분에 아들에게 덜 미안하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김 원장은 요즘 지역 노인들을 치과에 모셔 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노인들은 대부분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치료비 걱정을 크게 하실 필요가 없다”며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실 때 치아 관리를 하셔야 노년에 덜 고생하신다는 생각에 직원을 직접 마을회관에 보내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남문교회(백승대 목사) 집사인 김 원장은 “대단한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우리 주변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 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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