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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진 목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앙인으로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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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목사(가운데)가 개과천선한 조직 두목으로 출연한 2001년 SBS 드라마 '피아노'의 한 장면. 드라마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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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목사가 2016년 공연한 연극 '그리워 그리워'의 한 장면.

 

 

 

60년 가까이 중저음의 음색으로 선 굵은 연기를 펼쳐온 배우 출신 임동진(79) 목사. 

임 목사는 최근 결혼식 주례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건너편의 지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진짜 (임) 목사님이 맞으시냐. 우황청심환을 먹고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온라인상에 임 목사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막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가짜뉴스였다.

“제 장례식장이 몇 호실이라고 하더라는 얘기까지 들으며, 정말이지 요즘은 사람들이 거짓으로 포장된 것에 속기 쉬운 시대를 살아가는구나 싶었어요.”

팔순을 앞두고 퍼진 사망설에 20여년 전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과거를 알기에 그의 건강 상태가 궁금했다. 

하지만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난 임 목사는 사망설이 무색할 만큼 건강해 보였다. 내년 ‘보훈의 달’ 개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는 국민악극 ‘가거라 38선’을 설명할 땐 그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를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을 묻는 말에는 여느 젊은 배우 못지않은 열정과 소신이 묻어난 대답이 돌아왔다.

“2001년 쓰러졌을 당시 의사로부터 소생 불가 판정을 받았어요. 평생 휠체어 신세로 살 수도 있단 생각에 매일같이 울며 소리치며 하나님께 원망의 기도도 했죠.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제게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김준곤 목사님이 제게 해주신 말씀을 떠올리게 해주셨어요. 매일 ‘레디고 액션’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 좋겠다며 건네주셨던 김 목사님의 말을 떠올리며 재활에 매진했죠. 그렇게 23일 만에 병원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그 길로 맡은 작품이 드라마 ‘피아노’다. 임 목사는 당시 조직 두목이었지만, 출소한 뒤 크리스천 아내의 노력으로 개과천선한 인물을 맡았다. 

병상을 털고 일어선 뒤 임 목사의 삶도, 신앙관도 배역처럼 바뀌었다. 

장로로 오랫동안 헌신하다 2006년 루터대학교 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임 목사는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기로 한 이후 신학교를 다닐 때도 목사 역할을 맡았다는 자세로 성경의 본질을 전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었을 뿐, 소위 ‘대단한’ 성경 지식을 전하는 목회자가 될 자신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먼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던 아들 임영희(55) 목사는 당시 “꼴등을 하시더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그 혜택을 누리시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지각과 결석 한번 없이 신학대를 마쳤다. 

이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열린문교회를 담임하며 9년간 온전히 ‘목회 강단’을 지켰다.

“배우가 교회를 세웠다고 하니 구경 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한 번은 교인 가정과 식사를 하게 됐어요. 그 가정의 남편분께서 제게 ‘목사님 설교가 연기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은 전 그분께 ‘집사님은 우리 교회가 맞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응수했죠. 안 그래도 연기자처럼 설교한다는 얘기를 들을까 늘 조심스럽던 차여서 저도 모르게 인성에 끌려 그분께 상처를 준 것이죠. 그 후로 그 집사님이 교회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늘 마음에 걸린 전 직접 그분을 다시 직접 찾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기도하며 사과했습니다.”

임 목사는 2014년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원로목사’ 직함도 사양한 채 아예 이 교회를 떠났다. 

이후에는 여러 교회의 초청을 받아 간증과 설교를 전하며 강단에도 종종 올랐다. 

본향과도 같았던 무대로도 다시 돌아갔다.

“한 번은 의사이신 지인 장로님이 절 진찰하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목사님, 하나님이 수고 많이 하고 계십니다’라고요. 참 은혜로운 진단이더라고요. 현대의학도 가망 없다고 한 저를 일으켜 세우신 하나님의 능력을 전 압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를 느끼며 매일 은혜 가운데 살아갑니다. 허물과 온갖 죄로 난무한 삶을 살아온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오직 은혜로 구원하신 하나님을 알기에, 하나님의 사람이란 걸 알기에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무대에 오릅니다.”

여생 동안 기독교 가치관이 담긴 영화 연출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등 여전히 무대를 갈망하는 그의 모습에서 뼛속까지 배우이자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제가 죽었다는 가짜뉴스에 속은 수많은 지인이 울며 전화를 걸어오는 것을 보며 정말 내가 주님 안에서 잘 살았구나, 또 잘 살아야겠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과거에는 기독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에 헌신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요즘은 무대 위에서 펼치는 제 연기가 하나의 ‘하나님을 향한 제사다’라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제 몸과 마음을 모두 드리는 예배자의 모습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대에 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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