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더가까이다가가고싶어1.JPG

▲ 황현성 장로는 "성경을 많이 읽을수록 더욱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성경에 꽂힌 건 순전히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평생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더군다나 ‘장로’ 꼬리표를 달고 있으면서도 성경 일독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자신과 하나님만 아는 비밀이었다.

 

‘주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회갑을 앞둔 1997년 위암 수술로 위의 4분의 3을 도려낸 그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창세기를 펴들었다.


요한계시록까지 읽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하지만 허리와 눈에 무리가 가면서 성경은 다시 손에서 멀어졌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흐른 2007년 말, 칠순을 앞두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약 6년 만에 신구약 300독을 돌파했다.


그것도 외눈으로. 황현성(75·수원성림교회) 은퇴 장로의 못 말리는 성경사랑 이야기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황 장로의 자택 거실. 한쪽에 놓인 탁자에는 각종 성경 번역본만 10여권 놓여 있었다.


30∼40년은 훌쩍 지나 보이는 ‘간이국한문 한문 성경’부터 ‘공동번역 성서’, 최근에 발간된 ‘큰글 쉬운 성경’까지 다양했다.


특히 1937년 대영성서공회 시절 발행된 ‘조한문 간이 성경’도 눈에 띄었다.
‘70대 노인이 정말 성경 300독이 가능했을까?’


그가 건넨 성경을 펼쳐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의구심은 푹 수그러들었다.
주요 성경 구절마다 각양각색의 형광펜 자국과 손글씨로 쓴 부연 설명이 빽빽했다.
마치 고시생이 끼고 사는 법전 같았다.


눈길을 끄는 건 신구약 66권 중 각 권이 시작하고 끝나는 표지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숫자였다.


‘2009.9.15. 5독’ ‘2011.6.10. 100독’…. 14권에 달하는 번역본 성경마다 완독한 날짜가 기록돼 있었다.


황 장로가 가장 최근까지 읽었던 ‘비전 우리말 성경’의 창세기 끝장(50장)에는 ‘2013.7.22. 300독’이, 요한계시록 22장 하단에는 ‘2013.7.29. 300독’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66권을 읽는 데는 하루 9시간씩 잡으면 보통 6일 정도 걸려요.
초창기에 입으로 소리 내어 읽을 때는 두 달 정도 걸렸어요.
펜을 들고 눈으로 따라 읽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완독 기간이 보름으로, 열흘로 줄었고, 숙련이 되면서 이제는 6일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어요.”

 

 

주님께더가까이다가가고싶어2.JPG

▲ 지난 4일 수원성림교회에서 이동운 담임목사(앞줄 왼쪽 두번째), 교회 성도

들과 함께 '성경 300독 축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황 장로(앞줄 왼쪽 세번째).

 


황 장로의 성경읽기는 이미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 일찍 아내인 김영선(69) 권사가 싸준 도시락을 챙겨서 버스를 타고 그가 향하는 곳은 화성시립 봉담도서관.


3층 열람실 왼쪽 첫 번째 4인용 책상은 이미 6년째 그의 전용좌석처럼 돼 있다.


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맨손체조 및 점심시간을 빼고 약 9시간 동안 오로지 성경 읽기에 몰두한다.


주위에서는 “거의 고시생 수준”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70대 중반 나이에 너무 욕심을 내는 건 아닐까.

“장로님이 이렇게 성경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해요.”


옆에 있던 김 권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사연이 있었다. 위암 수술을 마친 지 2년 쯤 지났을 때, 황 장로는 또 한번 암과 싸워야 했다. 이번엔 눈이었다.


“병원에서 왼쪽 안구를 들어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안경 너머 움직이지 않는 그의 왼쪽 눈동자가 의안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결국 성경을 300번씩 읽어 내려간 건 그의 오른쪽 눈이었다.


“한쪽 눈으로 읽으려니까 두 눈으로 읽을 때보다 피로감이 더 빨리 몰려와요.
그런데 도무지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성경 읽는 건 하나님께서 남은 생애 저에게 주신 사명 같아요.”


 평양 출신의 황 장로는 6·25전쟁 전 월남해 30년 동안 줄곧 군인(공군 준위 출신)으로 살았다.
지난 88년 정년퇴임을 한 뒤 위암 수술 전까지 월부 책 판매원으로, 경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성경읽기는 어느덧 초등학생 5학년인 손녀에게까지 ‘전염’이 됐다.


벌써 5독째에 들어간 손녀에게, 또 통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황 장로가 빼놓지 않는 조언이 있다.
“성경은 곱씹고 또 곱씹으면 반드시 내 재산이 됩니다.
그러니까 많이 읽을수록 유익해요.
하지만 성경을 다독할수록 성경지식을 많이 안다는 교만한 마음도 늘 조심해야 합니다.”
<미션>

인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