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용서 보다 대담하게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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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장옥기 안희환 목사. 두사람은 철저한 법적대응을 주문했다.


‘개독교가 머리 깎고 승려인 척 불 저지른 거다.’(아이디 kinn****) ‘정식 승려인지도 조사 안 됐잖아.
개독의 사주를 받은 간첩이겠지. 당연한 것 아냐.’(아이디 cinn***)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에 불을 내려 한 혐의로 승려 이모씨가 14일 붙잡혔지만 인터넷에는 여전히 기독교인의 소행이라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터무니없는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데도 교계는 속수무책이다.
악성 댓글에 적극 대처한 두 목회자의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살펴본다.

“무조건 용서 보다 대담하게 맞서야”
장옥기(74) 목사는 1977년 서울 강현교회를 개척하고 2002년 공동의회 결의를 거쳐 교회 이전을 결정했다.
하지만 2002년 뉴스앤조이와 MBC, CBS가 사실과 다르게 ‘목사가 교인 전체의 재산인 교회를 팔아먹었다’며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뒤늦게 진실이 밝혀지자 두 방송은 장 목사의 반론보도를 냈고 14차례 비판 기사를 게재한 뉴스앤조이는 사과광고까지 게재했다.
하지만 한번 퍼진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장 목사는 “인터넷 포털 등에선 ‘목사가 교인 몰래 교회 판 돈으로 야반도주했다’는 악성 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만나는 성도들 조차 사실로 받아 들이고 외면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미친 정신병자’ ‘노망난 개독 목사’ 등 저주에 가까운 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6년 ‘인격살인’ 범죄를 막고자 용인경찰서 사이버수사대를 찾아갔다.
사이버수사대는 글을 집중적으로 유포시킨 반기독교 단체 대표부터 공무원 학생 의사 군인 목사에 이르기까지 100여명을 찾아냈다.
악성 댓글을 올린 이들은 법원 출석명령을 받으면서 유순해졌다. 곧 “교회 매각 이전 사건과 관련해 사전 지식 없이 뉴스앤조이와 인터넷 게시 글을 퍼 올려 장 목사님께 치명적인 명예훼손을 끼쳤기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과문을 게시한 이들은 모두 고소를 취하해 줬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침해정보심의팀에 신고해 악성 댓글들에 대한 삭제 결정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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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옥기 목사가 악성 댓글에 강경하게 대응해 받은 사과문들.


네이버 다음 네이트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는 직접 게시중단을 요청했다.
장 목사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에 아무리 독한 반기독교 인사라 할지라도 법 앞에는 무릎 꿇게 돼 있다”면서 “이제 인터넷 폭력 앞에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환(44) 서울 예수비전교회 목사는 2000년부터 교회의 입장을 두둔하는 인터넷 ‘논객’으로 활동해 왔다.
10년 넘게 다음 아고라와 한토마 등 토론장에서 반기독교 네티즌의 공격에 맞섰던 안 목사는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안 목사는 교계가 정화되면 악성 댓글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한국 교회의 잘못이 많기 때문에 안티 기독교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난 10여년간 그들의 글을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은 교회가 깨끗해진다고 없어질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계의 단순 부패에 반발해서 그런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무신론적 사상과 철학적 기반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안 목사는 안티 기독교 세력에 맞서면 더 강하게 덤벼들 것이라는 선입관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법적으로 대응하면 악성 댓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덤벼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처를 한 순간부터 나를 비난했던 공격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교회가 안티 기독교 세력에 맞서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활동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어요. 홍대 앞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반기독교 사상을 담은 사진전을 열거나 책을 만들기도 합니다.
단순히 개교회 차원에서 대응하기보다 훈련된 인력과 조직에 역량을 집중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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