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를 구경하던 재미 탈북인 최한나(50·미국 은혜교회 집사·사진)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난생처음 와본 서울에 높은 빌딩이 많고 잘 살았던 것이다.
“북한학교에선 서울에 거지가 득실댄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이제 그런 거짓말을 믿지 않아요.
남한이 잘사는 것을 입소문 등으로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 남아 살고 싶을 정도입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6일 만난 그는 자신을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인민군창건일 등 명절 때마다 ‘축전 글’(축하편지)을 쓴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볼펜으로 쓴 그의 편지는 그대로 평양에 보내졌다.
“글씨를 예쁘게 쓴다는 이유로 축전 글을 쓰게 됐습니다.
주민대표로 축전 글을 쓰러 가면 하루 8시간씩 보름간 그 일만 매달려야했지요.
한자라도 틀리면 안 되고 내용도 당 간부의 지시에 따라 여러 차례 고치면서 정성을 다해 써야했으니까요.
11년 동안 계속된 그 일은 약혼을 하면서 그만뒀습니다.
당 에서 ‘처녀만이 김일성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며 그만두라고 지시하더군요.”
그는 이제 축전 글 대신, 성경을 필사한다.
한 장 한 장 써내려 가다보니 성경을 모두 필사했다.
“잠언 시편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 하나님 말씀을 쓰고 읽을 때마다 은혜를 참 많이 받아요.
1년 전엔 신앙 좋고 성실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기도응답을 받았습니다.
저만큼 은혜 받은 사람도 드물 겁니다.
어떨 땐 ‘하나님께 저 이렇게 행복해도 됩니까’라고 기도할 때도 있어요(호호).”
그는 북에서 양복점 기술자였다.
삯바느질로 생계를 잇던 어머니에게 배운 솜씨다.
2006년 장사밑천을 마련하려고 탈북, 중국에 갔으나 돈을 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유의 소중함을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탈북자 8명과 함께 중국 베이징 유엔난민기구에 난민을 신청했고 체코를 거쳐 2008년 미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미국 한인교회에서 시무하는 목사님이 보살펴주시고 기도를 해주셨어요.
손잡고 기도하는데 마음속에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진한 감동이 오더군요.
그리고 성경공부를 하면서 북한정권에 속은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축전 글을 쓰며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찬양했던 저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름도 기도 열심히 하는 ‘한나’로 개명했고요.
미국에서는 영어를 잘 못하고 취업이 안돼 걱정이 앞섰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금식기도를 하고 성가대에서 감사 찬송을 부르니 하나님이 길을 활짝 열어주시더라고요.”
그는 현재 미국의 한 의류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가 재단한 옷은 공장에서 만들어져 미국전역에 공급된다.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미주자유북한인협회 부회장 및 서부지역 회장과 ㈔그레이스사랑재단 미주 서부지역 여성회장 등도 맡고 있다.
모두 북한주민과 탈북자를 돕기 위한 직책이다. 국내 방송출연 차 방한 중인 최 집사는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자는 궁핍하지 아니하려니와 못 본 체 하는 자에게는 저주가 크리라’는 잠언 28장 27절을 교훈삼아 어려움에 처한 북한주민을 돕는 통일일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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