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며, 자기를 온전히 줌으로써 영원한 생명 얻으리니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지난 4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다일공동체 밥퍼 본부.
평소와 달리 배식을 하기 전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의 기도문이 울려 퍼졌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의 선창에 따라 배식 봉사자 강금옥씨도 기도문을 읊조렸다.
강씨는 4년 전 천안함에서 숨진 고(故)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다.
이날 밥퍼 본부에 모인 자원봉사자 30여명은 모두 천안함에서 희생당한 군인들의 유족들이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모여 배추와 취나물, 버섯 등 식자재를 다듬으며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대접할 식사를 준비했다.
이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에 나선 것은 ‘감사함’ 때문이라고 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희생자 유가족 회장 이인옥씨는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여태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그동안 받기만 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분들,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에게 이곳 봉사활동을 권유한 사람은 천안함재단 이사장 조용근 장로다.
조 장로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4년이 지났고, 이제 유족들도 점차 기운을 차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며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자는 취지로 유가족들에게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자원봉사에는 유가족뿐 아니라 당시 생존자들도 함께했다.
전준영(당시 병장)씨는 “서로의 아픔을 아는 가족 같은 분들이 뜻 깊은 일을 한다기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대전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당시 하사였던 신은총씨는 “사건 후 너무 힘들어서 집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만큼 나아졌다”고 말했다.
배식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각자 역할에 따라 밥과 미역국, 얼갈이배추 겉절이 등 반찬을 푸고 식판을 나르거나 설거지를 하며 노숙인과 독거노인 등 8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얼굴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식사를 대접받은 독거노인 한모씨는 “우리가 위로를 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은 것 같다”며 “오늘따라 식사가 더욱 맛있다”고 고마워했다.
▲ 다일 공동체 밥퍼 본부 최일도 목사가 나눔을 실천하러 이땅에 오신
예수님을 설명하고 있다.
최 목사는 “낮은 곳으로 임하셔서 가장 큰 위로가 되신 예수님께서 나눔을 실천하러 온 유가족들에게 참 평안을 허락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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