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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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이촌동 충신교회 원로 박종순(73) 목사는 균형의 목회자다. 평생 간직했던 가치가 ‘바른 신학’과 ‘균형 목회’였다. 1966년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 성경 중심의 신학을 갖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목회를 펼쳐왔다.
‘바름’과 ‘균형’의 감각이 긴 세월동안 그를 한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의 리더로 서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은퇴 이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 목사를 최근 충신교회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비록 도처에 절망적 상황이 만연되어 있더라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했다.
주님 자체가 소망이며 생명이라며 올 한해 희망이 이 땅 모든 사람의 키워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를 향해 “사심(私心) 없이 대의(大義)를 추구하라”고 당부했다.


-요즘 한국교회의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 한국교회 현상을 진단해 보면….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성장일변도로 치달으면서 자기만족에 도취되어 있었다.
기독교 정신의 핵심은 자기 낮춤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15년 동안 자기 낮춤을 잃어버린 가운데 비대해지면서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지나친 성장주의와 공교회성을 상실한 과다한 경쟁, 지도자들의 스캔들 등 내재된 바이러스들이 터져 나왔다.
결국 문제는 한국교회가 역동적인 건강성을 잃어버렸다는데 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잃어버린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자가 진단을 해야 한다. 어디가 병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교회를 사람 몸으로 비유한다면 상층부인 머리가 병들었다.
지도력이 병든 것이다. 머리가 온전치 못하니 병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이다.
요즘 건강한 교회를 찾는 것이 건강하지 못한 교회를 찾는 것보다 어렵다. 심각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진단했으면 처방이 나와야 한다. 처방전은 간단하다.
모두가 무릎 꿇고 회개해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 성령운동은 회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성령의 도움으로 회개하면 자기 낮춤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자기의 부족한 부분이 노출되기 시작하고 모두가 ‘나는 하나님 앞에서 죄인입니다’라는 고백이 나오게 된다.
한국교회가 하루아침에 건강을 되찾기는 어렵다. 병력이 길면 치료도 오래 걸린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믿음’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믿음이 아닌 것을 믿음의 본질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믿음의 본질은 무엇인가.
“믿음은 전폭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믿음은 자기를 던지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밀어 넣는 것이다. 믿음은 또한 신뢰하는 것이다. 맡기고 믿어야 한다.
하나님은 반드시 선하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맡길 수 있다. 믿음은 정확하게 판단하게 한다. 믿음 있는 사람은 판단이 정확하다.
‘믿음은 좋은데 이단에 빠졌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틀린 말이다. 믿음이 없으니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단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믿음의 본질을 지녀야 이 시대에서 올바로 믿음을 지켜 나갈 수 있다.
믿음의 본질을 떠난 열심 있는 성도나 목회자들이 가장 위험하다.”

-목회란 무엇인가.
“목회는 ‘하나님께 위임받은 교회를 바로 섬기고, 바로 가르치고, 바로 이끄는 신령한 행위’다.
‘신령한’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그 말은 목회가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목회가 자꾸 비즈니스화되고 있다.
목회는 사업이 아니다. 인간의 머리를 짜서 관리하기 시작하면 교회의 신령한 힘이 빠져버린다.
모든 목회자는 하나님의 목회를 해야 한다. 하나님의 목회는 하나님 맘에 맞도록 해야 한다.
인간 보기에 아무리 좋아도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하면 바로 그만둬야 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자기 마음에 맞지 않더라도 목숨 걸어야 한다.”

-목사님이 강조하는 균형 목회란 무엇인가.
“하나님은 여호수아를 모세의 후계자로 불러 이스라엘 민족을 이끄는 책임을 맡기면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하셨다.
균형은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극우나 극좌는 안 된다. 지성만 강조하거나 감성만 강조해도 안 된다.
신학도, 신앙도, 목회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성령운동과 말씀운동도 균형이 맞아야 한다.
양측이 지금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말씀운동 측은 지적 접근만 강조하고 성령운동측은 은사운동 지상주의로 일방통행한다.
이 둘을 하나로 모아 균형만 맞출 수 있다면 최고 걸작품 나올 것이다.”

-평소 “사심(私心) 없이 대의(大義)를 추구하라”고 말했는데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명제가 아닌가.
“대의는 공공성이다. 자기 살림이나 집안만 챙기는 것이 대의는 아니다. 하나의 일이 대의가 되려면 공공성이 넓어져야 한다.
가령 한국교회나 연합체들은 대의다. 그것을 섬길 때 사리사욕이 들어가면 안 된다. 사심이 들어가면 대의가 깨진다. 그 조절이 가능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결국 삶이나 목회는 모두 자기조절이며 자기와의 싸움이다. 가치관의 문제다.
평소 가치관 형성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어떻게 훈련받았는가에 따라 자신은 대의라고 생각하며 했는데 남들 보기에 대의가 아닌 경우가 있다.
한국교회에 사심 없이 대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목회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지 못한 사람은 목사가 되면 안 된다. 또한 신자가 되어야 한다.
정말 목사다운 목사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다운’이라는 말이 참으로 중요하다. 사람이 되지 못한 목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목회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목사도 사람이다. 자식이 있다. 보통 사람과 똑 같다.
그래서 먼저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둘째는 돈 조심을 해야 한다. 돈은 절대로 필요하지만 욕심을 내면 안 된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 자기 것만 쓰면 된다.
자기 쓸 수 있는 것만 써야지 자기가 써선 안 되는 돈까지 쓰기 시작하면 문제가 된다.
셋째 명예욕을 조심해야 한다. 자기 몸에 안 맞는 옷은 절대 입어선 안 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신앙이다. 주님 손 꼭 붙잡고 가야 한다. 그분 손을 놓으면 죽으니까.
내 삶의 모토가 ‘주님을 위하여, 주님과 함께, 주님 때문에’이다. 목회할 때에는 가끔 성도들에게 구호를 제창토록 했다.

-목사님은 늘 희망을 중시하셨는데…, 목사님을 희망의 목회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삶의 키워드는 희망이다. 사실 주님 자체가 희망이시다. 그분만이 소망이요, 길이요, 생명이다. 올 한 해 모든 사람에게 소망이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희망을 말하고 희망을 붙잡자.”

▶박종순 목사
1940년 1월 27일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1966년 안수를 받고 1976년 충신교회에 부임한 이후 35년을 변함없이 한 교회에서 목양 사역을 펼치다 2010년 말 은퇴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대표,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숭실대학교 이사장 등 여러 한국교회 공적 기관의 수장을 무리 없이 맡았다.
은퇴 이후엔 한국교회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사단법인 한국교회지도자센터(한지터)를 세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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