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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회음악의 산증인 박재훈 목사는 “손양원 목사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목회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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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양원 목사


    9순의 노(老)교역자 박재훈(90·토론토 큰빛장로교회 원로) 목사의 끝없는 작곡 열정이 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찬송가 ‘지금까지 지내온 것’ ‘어서 돌아오오’ ‘눈을 들어 하늘 보라’ 등을 작곡한 박 목사는 고령임에도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 일대기를 다룬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방한 중인 박 목사는 3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3년여 만에 작품을 완성, 오는 3월 8∼1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박 목사는 이번 작품에 대해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에 손 목사님 같은 분이 많이 나오길 간구하는 심정으로 작품에 매달렸다”고 밝혔다.
박 목사가 작곡한 ‘오페라 손양원’은 모두 2막으로 악보만 150쪽에 달한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180여명의 고려오페라단(단장 겸 지휘자 이기균) 단원들이 출연한다. ‘오페라 손양원’은 5∼8월 2012 여수 세계박람회에 이어 전국 5대 도시를 순회하며 관중을 만날 예정이다.
박 목사는 2004년 우연히 여수 애양원을 방문한 뒤 손 목사의 기념관에서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손 목사가 어느 나환자의 발바닥에 고여 있던 피고름을 빨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던 것. 그는 전율이 일었다. 그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분을 꼭 오페라로 표현해 보리라’고. 하지만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박 목사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고혈압에 당뇨, 심장병까지 앓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오페라를 쓰는 3년 동안 그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박 목사는 “이 오페라는 주님이 쓰신 것”이라고 고백한다. 박 목사의 작곡 소식을 전해들은 주변 목회자들이 후원회를 조직, 그의 작곡 활동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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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오페라 단원들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오페라 손양원’을 열창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동요 작가로 ‘산골짝의 다람쥐’ ‘송이송이 눈꽃송이’ ‘시냇물은 졸졸졸졸’ ‘어머니의 은혜’ 등 주옥같은 동요를 작곡한 박 목사는 한양대 음대 교수생활을 하다 지난 77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큰빛장로교회를 개척했다. 찬송가는 1942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1년 뒤 ‘어서 돌아오오’를 완성했다. 6·25 때 부산으로 피란가 ‘눈을 들어 하늘보라’를 작곡했다. 울산중 교사였던 석진영(2002년 9월 작고)씨가 박 목사에게 편지지 가득 노랫말을 보내왔다.
“당시 부산은 여기저기서 몰려온 피란민들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석 선생은 이렇게 어지러울 때 성도들이 세상 가운데서 빛을 나타내고 탄식하는 이들에게 신앙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 역시 그 느낌대로 곡을 썼습니다.”
박 목사는 또 오페라 창작에도 힘을 쏟았다. 70년 한양대에서 가르칠 때 3막의 ‘에스더’를 완성, 72년 서울시민회관에서 초연했다. ‘에스더’는 6·25 때 부산 피란 시절 박 목사가 성경을 보다 생각해낸 것. 회개와 금식으로 나라를 살린 에스더의 삶에 감동을 받아 곡을 쓰기 원했다. 그러나 작사자를 찾지 못해 20년의 세월을 보내던 중 문인 김희보(전 기독공보편집장) 목사를 만나 결국 ‘에스더’를 완성했다.
목회자로 살아온 30년. 그는 2011년 10월 5일 세계한인의 날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작곡 기간 그는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노 목회자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손양원 목사 같은 목회자가 많이 나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어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할 수 있습니다.”(koreanaarts.com·02-3487-0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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