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로의집교회’ 김흥용·범석 父子 목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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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앞 쪽방촌에 목욕탕겸 쉼터 나사로의집을 만든 김흥용 목사(오른쪽)가 26일 쪽방사역에 대해 아들 김범석 목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음을 다해 돕고 있지만 빈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예수를 믿고 새 삶을 찾는 사람을 수없이 보기 때문입니다.”
서울역 근방에서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2000여명을 돌보고 있는 김범석(43·나사로의집교회) 목사는 유난히 힘들었던 IMF 시절이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1997년 여태껏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낯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도심의 빌딩 숲 사이에 1평도 안 되는 ‘쪽방’에서 삶을 꾸려가는 쪽방주민과 노숙인들이었습니다.
아버지 김흥용(71) 목사가 20년간 근무한 은행 퇴직금으로 서울역 앞 쪽방촌에 목욕탕 겸 쉼터인 ‘나사로의집’을 설립했습니다.
건물 옥상에 비닐하우스로 교회도 만들었지요.”
김 목사는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아버지를 옆에서 도우려는 마음뿐이었다.
아버지의 힘든 사역에서 몇 번이나 도망가고 대신 신학교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2003년 서울의 한 교회 사역자로 부임, 쪽방촌을 벗어났는데 문제는 3년 뒤 벌어졌다.
사역을 펼치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결과적으로 하나님은 그를 다시 쪽방촌으로 이끌었다.
남들은 부모 재산을 물려받으려 애쓰지만 김 목사는 ‘쪽방촌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아버지에게 쪽방촌 사역을 세습(?)한 셈이다.
나사로의집은 매 주일마다 환자를 돌보는 진료소가 된다. 주일 점심이 되면 밥을 해 먹이는 식당이 되고 겨울철에는 기부 받은 옷가지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장소가 된다.
나사로의집은 15년 넘게 ‘나눔의 쌀독’을 운영해 왔다. 주민들이 끼니를 잇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구호용 쌀독이다.
취업과 인생, 건강문제를 상담하려는 쪽방 주민과 걸인들이 줄을 잇는다.
나사로의집 ‘소원기도함’에는 취업을 알아봐 달라, 결혼주례를 맡아 달라, 경찰서에 잡혀 있으니 합의를 주선해 달라, 병원비가 없어 퇴원을 못하니 도와 달라는 등 애환 어린 호소가 가득하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되, 단순한 후원 차원을 넘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열매나눔재단은 탈북자와 아프리카도 돕고 있다.
자립 의지가 있는 이들을 위해 지갑 공장 등 5개의 공장과 커피숍을 운영하고 최근엔 부도난 공장을 인수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모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그는 최근 이런 15년 동안의 경험을 담은 간증집 ‘역전’(두란노)을 냈다.
쪽방촌을 가리키는 ‘역 앞’과 ‘형세를 뒤집는다’를 의미하는 중의적인 제목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걸어간 좁은 길과 그 길에서 역사하신 역전의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 그는 이제 세상 약자들의 친구다.
‘어떻게 하면 가난한 이들이 쪽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노숙인들이 거리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늘 가득 차 있다.
병환 중인 아버지의 재활을 돕고 있는 그는 씀씀이 기준을 낮게 책정한다.
아껴 쓰고 남은 수입은 모두 헌금이나 기부 등 다양한 형태로 불우 이웃에게 전달한다.
이렇듯 평소에 생활규모를 줄여 놓은 것은 어느 곳이든지 하나님이 가라고 하시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한 자신만의 ‘비법’이라 고백한다.
쪽방촌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닫는 그에게서 진한 예수의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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