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홍보대사 배우 한혜진
▲ 한혜진은 2007년 5월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로 위촉됐으며 현재 콩고 아동 2명을 후원하고 있다.
2008년 발생한 내전으로 콩고민주공화국 국민들은 대부분 난민이 된 상태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넘쳐나고 굶주림과 질병, 강간으로 고통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콩고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곳은 ‘칠드런스 보이스(Children’s Voice)’라는 직업교육학교. 부모를 잃고 갈 곳 없는 길거리 아이들에게 재봉과 목공 등을 가르쳐 주는 곳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 학교에는 400∼500명의 아이가 줄을 서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군인들과 함께 흰쌀밥과 카레를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로는 좀 많아 보였는데 알고 보니 그 끼니가 일주일에 한 번 유일하게 제대로 먹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우리는 스물한 끼를 먹는데 이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끼라니. 말문이 막혔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맛있게 먹길 바라며 서툰 프랑스어를 했다.
“보나베티.” 살짝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니 울컥했다. 다음 날 난민촌에 살고 있는 무기샤를 만났다.
무기샤는 작은 움막에서 아픈 어머니와 동생 네 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제법 의젓해 보이는 무기샤는 “옷이 한 벌밖에 없으니 옷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신발… 먹을 것도…”라고 했다. 우리에게 어쩌면 사소한 것인데, 이 아이는 이렇게 절실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병원도 방문했다. 병원 입구에서 아빠 손을 잡고 있는 한 아이를 만났다. 아이의 몸은 나무껍질처럼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 파리가 꼬여 있었고 아이는 간지러울 때 사용하는 병뚜껑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의사는 영양실조와 비위생적인 환경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턱없이 부족한 병원비에 아버지는 망연자실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병원비와 약값, 옷가지 등을 아버지에게 전했다.
부모를 잃고 어렵게 살아가는 남매도 만났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이 남매는 아침이 밝을 때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저의 끝없는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세요.”
내 작은 가슴이라도 아이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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