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에 희망걸자는 하용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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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누리교회 하용조(66) 목사

 

귀를 시원하게 해주는 얘기 꾸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흥미진진하다.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늘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꿈쟁이(비저너리)’다.
그가 설교할 땐 엄청난 파워가 느껴진다. 하지만 설교 직후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환자다.
순간을 위해 모든 진액을 뽑아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종합병동’이다 지금도 주 3회 투석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한 지 5년이 넘었다.
죽음의 문턱에 간 적도 있었다. 지난달 1일에는 주일설교 도중 강단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온누리교회 하용조(66) 목사의 이야기다.
이번 만남에서도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새벽집회를 직접 인도하는 등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한 탓에 피곤함이 깊이 배어 있는 듯 했지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인터뷰는 건강과 관련된 애기부터 시작됐다.
“전 요즘 ‘아픔도 축복’이라는 걸 묵상을 하고 있어요. 제 맘속에는 더 이상 아프다는 생각이 있을 공간이 없어요. 암이 재발하지 않는 한 11월경 이식수술을 할 계획입니다. 기증자도 있고요. 그런데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상태에 있든지 저는 ‘하용조 행전’이 아니라 ‘성령행전’을 쓰고, 또 쓸 것이라는 겁니다.”
하 목사는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있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베트남 호치민에 온누리 비전교회를 세운다고 밝힐 땐 얼굴이 더 환해졌다. 그러면서 꿈 얘기를 이어갔다.
“요즘 기도하는 목회(교인), 찬양하는 목회(교인)를 꿈꿉니다, 순간적 감흥으로 만들어진 열정이나 영성은 지속력이 매우 약합니다. 18세기의 강력한 선교공동체, 모라비안 교도들은 선교사 1명을 파송하기 위해 100곡의 찬송가를 불렀다고 해요. 맞아요. 찬양은 이런 겁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기도와 찬양은 하나님과 작곡· 작사가의 의도와는 매우 다르게 이뤄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하 목사는 교회와 성도의 기본기를 얘기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기초 체력이 허약한 데 어떻게 순교적 신앙까지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청년·대학생, 초·중·고교생 등 다음 세대에 대한 더 큰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허물어져가는 교회를 지켜내려면 우리 기성세대만으로는 ‘솔직히’ 불가능해요. 내일의 기둥이 없는데 언제까지 무너져가는 서까래를 버텨낼 수 있을까요. 반기독교운동 진영 내 상당수가 기독교에 실망했던 ‘어제의 우리 아들과 딸들’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 목사는 다음 세대가 마음껏 하나님을 높일 수 있는 물적 터전과 전천후 ‘매트릭스’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올 여름 온누리교회 대학생과 청년 1만명을 선교 선봉대로서 아시아 각지로 보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24∼25일에는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예배·선교 콘퍼런스 ‘카운트 다운’를 개최, 새벽이슬 같은 젊은이들이 주님 오실 날을 준비하며 글로벌 선교시대를 열어가도록 기초석을 놓는다.
짐 심발라(뉴욕 브루클린 태버너클교회) 오대원(시애틀 안디옥커넥션센터) 목사 등이 콘퍼런스를 통해 이 같은 비전 선포에 합류할 예정이다. 26일에는 장충체육관에서 ‘블레싱 아시아’ 선교 파송식이 이어진다.
“우리 모두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복음 전파의 사명은 기성세대만의 몫이 아닙니다. 이후의 부흥은 차세대를 어떻게 일으키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하 목사는 오늘의 위기를 특정 교회, 특정인에게 돌리려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정, 교육, 캠퍼스, 사회가 죽어가고 있는데 ‘네 탓이다’ ‘난 괜찮다’는 논쟁이나 벌이고 있으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겠습니까. 기복주의만큼 나쁜 게 무조건적인 비판입니다. 교회역사를 볼 때 비판만으로 그 시대를 치유했다는 기록이 없어요. 지금은 아픈 환부를 도려내되 탈이 나지 않도록 잘 싸매고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즉, 혼돈을 치유할 때입니다. 설교는 넘쳐나는 데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그의 말씀대로 살아 숨쉬는 설교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천편일률적 설교에서 해방되는 새 꿈을 가질 때입니다.”
교회 설립 26년, 출석 성도 6만 여명으로 늘어난 것은 이 때를 위함이 아니겠느냐면서 최소한 ‘거짓말’하지 말고 신실하게 크리스천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세대를 깨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 목사는 “목회자는 덜 알려져도 된다. 평신도들이 더 유명해져야 한다”면서 “그 유명세는 특정인이 갖고 있는 세상적 브랜드나 스펙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자기만을 위한 ‘스펙 관리’를 하고 있으면 되겠느냐”며 “하나님과 공동체를 위한 평신도 모델, 즉 ‘거룩한 스펙 관리’와 위대한 일을 시도할 때”라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온누리교회에 출석해요. 그분은 중학생을 위한 주일학교 교사가 되겠다며 2년째 자원 봉사를 하고 있어요. 이게 영향력입니다. 학생들은 겸손히 주님의 길을 가고자 애쓰는 이런 리더들에게서 예수님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속가능한 행동과 실천력을.”
하 목사는 “강남지역 교회 성도들의 자녀만이라도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며 “한국교회가 가정과 교육과 관련해 가히 혁명적인 전환을 일궈내면 ‘끝이 안 보이는 늪’ 속에 빠져있는 가정과 교육을 온전히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교회가 세상보다 재미있고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돼야 한다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교회를 세상의 대안 공동체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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