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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미 북한 지역 5곳에 빵 공장을 지어 매일 2만개의 찐빵을 현지 어린이들에게 먹이고 있지만 아직도 스무 개 정도 더 세우고 싶다고 했다.

사단법인북녘어린이사랑(LNKC) 이사장 이기호(55·사진) 목사의 바람이다. 영국 런던에 본부가 있는 LNKC는 2002년 설립된 국제자선단체다. 

라선(2006)과 평양(2008), 향산(2010), 사리원(2012), 남포(2013.5) 등 북한 5개 지역에 차례로 빵 공장을 세워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1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리는 ‘후원의 밤’ 행사를 위해 일시 귀국한 이 목사를 12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기자와 만났다.

“북한 어린이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남북 간 정치적 입장차이로 인도적 지원 사업은 들쭉날쭉하지만 어린이들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해요.”

LNKC는 창립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현지 사역을 이어왔다는 데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남북 긴장 관계가 극에 달해 국내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활동이 중단됐을 때에도 빵 공장은 잘 돌아갔다.

신학공부와 현지 목회를 위해 이 목사가 영국에 첫발을 내디딘 건 1990년. 영국시민권을 얻고 순탄한 삶을 이어가던 그의 눈앞에 북한 어린이가 아른거리게 된 계기는 99년 황해도 송화 출신의 부친이 하늘나라로 떠나면서부터다.

“6·25전쟁이 터지고 1·4후퇴 때 아버지가 월남하셨는데, 온 가족이 다 오지 못했거든요.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다 떠나셨지요.” 특히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1년 정도 고아원에서 생활해야 했던 쓰라린 기억은 자연스럽게 북한 어린이를 향한 긍휼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LNKC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구호단체 영국 바나바펀드(Barnabas Fund)와 국제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 홍콩 등을 비롯해 유럽과 북미, 한국의 교회들이 십시일반 돕고 있다. 

빵 공장 1곳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은 5000만원 정도로, 1개 공장에서 하루 2500∼3000개 정도의 빵을 구워 유치원 및 소학교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북한과 다른 나라들을 돕는 구호단체들이 너무 많아서 돕는 일에 지친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남과 북은 한민족이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외면할 수 있습니까.”
빵 공장 사역 12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후원행사를 여는 이 목사의 호소는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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