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계 신앙인 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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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계 신앙인으로 잘 알려진 가수 장민호, 김호중. TV조선 ‘미스터트롯’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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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김경범 김지환 (알고 보니 혼수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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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 장르 전문 사역자 구자억, 민호기 목사.

 

“트로트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치유와 힐링입니다.”

인기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트로트의 치유와 힐링’은 무엇일까. 

아마도 구성진 가락에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노랫말의 힘’일 것이다. 

애달픈 사연이 담긴 노래 가사가 마치 굴곡진 내 삶과 닮아 있고,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대중의 삶을 대변하고 공감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에 따뜻한 위로와 치유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최근 유튜브 더미션 채널 ‘박기자 수첩’에서는 트로트 음악 장르로 대중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크리스천 가수와 작곡가, 사역자에 대해 알아봤다.

 

●실패를 통해 배운 ‘하나님 사랑’ 장민호

 

어머니들의 ‘BTS’ 장민호는 컴패션 밴드에서 재능기부로 활동하며 자신이 가진 목소리가 하나님이 주신 재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1997년 아이돌 그룹 ‘유비스’로 데뷔했지만 소속사의 횡포로 해체됐다. 2004년 발라드 그룹 ‘바람’으로 재데뷔했지만 또 실패였다.

장민호는 “두 번의 실패는 나를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그리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섰을 때 비로소 주님이 보였다”고 고백했다.

그 후 7여년간 외국어 공부를 하며 해외 항공사의 스튜어드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목사님 권유에 장민호는 3가지 기도 제목을 갖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첫째 시작은 주님께서 주신 기회일 것, 둘째 소속사 대표가 크리스천일 것 그리고 마지막은 음악 장르가 트로트일 것이었다. 

거짓말처럼 3가지 기도 제목이 다 이뤄졌다고 고백한 장민호는 “실패 가운데서도 주님 안에서 거듭나며 성공보다 값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제아에서 ‘트바로티’가 된 김호중

 

‘트바로티’는 김호중을 부르는 애칭이다. 

트로트와 유명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이름을 합친 말로, 파바로티를 꿈꾸던 성악가 출신으로 트로트 가수가 됐기 때문이다.

김호중은 초등학교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그는 2008년 할머니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뒤부터 방황했다.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주먹다짐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조직폭력배로부터 “먹고 살 수 있는 집과 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희망도 없고 앞으로의 앞날이 눈에 보이듯 비참한 인생이었다.

김호중은 자신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서수용 선생을 만나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그는 대구에서 서 선생과 함께 살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서 선생은 대구에서 김천예술고등학교까지 매일 김호중을 등하교 시켰다. 

그는 이런 선생님의 사랑에 보답하듯 5개월 만에 각종 콩쿠르를 석권했다. 

2012년 상영된 영화 ‘파파로티’가 김호중과 서수용 선생의 실제 사연을 모티브한 것이다. 

김호중은 “내 인생을 인도하시고 좋은 스승님을 만나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라며 “항상 어디를 가든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증거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고백했다.

 

●‘동굴 보이스’ 류지광

 

‘동굴 보이스’로 불리는 가수 류지광은 모태 신앙인이다. 할아버지가 목사인 크리스천 가정에서 성장했다. 

고등학교 때 목회자를 꿈꾸며 2004년 한세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지만, 휴학 후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이다.

류지광은 2009년 미스터월드코리아 대회를 시작으로 SBS 슈퍼모델, tvN 슈퍼스타K, JTBC 팬텀싱어 등 11년간 7번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대상(미스터월드코리아)을 받거나 좋은 순위에 들기도 했지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진 못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낙심하며 절망도 했지만, 인내의 열매는 달고 풍성했다.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으로 스타가 된 류지광 그의 성공 뒤에는 헌신적인 부모님이 있었다. 

매달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부모님은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라며 아들의 꿈을 응원하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류지광은 “가난 앞에 세상을 욕했지, 부모님과 하나님을 원망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요. 단지 조금 불편한 삶을 사는 것뿐이죠. 월세방과 부모님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나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니까요.나의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계십니다. “‘류지광이 믿는 하나님은 나도 믿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나님의 작곡가’ 알고보니 혼수상태

 

가수 영탁의 ‘찐이야’ 박현빈의 ‘샤방샤방’ 등을 만든 유명 작곡팀(알고보니 혼수상태) 김지환 김경범도 크리스천이다. 

김지환의 아버지는 개척교회 목회자였다. 그는 “어린 눈에 비친 부모님의 모습은 늘 마음이 아팠지만, 부모님의 신앙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고 말했다.

김경범은 학창 시절 음악을 전공했다. 

어려운 형편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레슨비도 안 받고 피아노를 가르쳐 준 학원 원장부터 인생 가운데 만난 모든 선생님이 크리스천이었다. 

이런 신앙 고백의 마음을 담아 두 사람은 지난달 23일 가수 송하예와 함께 첫 가스펠 앨범 ‘최고의 시간’을 발표했다.

김경범은 “왜 하나님을 믿는데 나에게는 축복이 없을까?’라고 생각했던 순간들, 또 보이지 않는 미로 속에 갇힌 것처럼 슬프고 외로웠던 순간들, 모든 것이 지나고 나니 그분의 뜻과 이유가 있었음을 고백하는 곡”이라며 “그분의 때를 믿고, 기도하고 기다린다면 최고의 시간과 때에 최고의 것을 주실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로트 사역자 구자억, 민호기 목사

 

트로트는 교회의 문턱도 낮췄다. 기독 문화는 점잖고 경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계기가 됐다.

구자억 목사는 2014년 음악전문케이블TV인 엠넷에서 ‘할렐루야’라고 쓰인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출연해 요란하게 춤을 추며 트로트 가락을 불러 화제가 됐다. 

지난해 ‘김집사가 돌아간다’ 음원을 발매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 곡은 믿음을 잃고 방황하는 김집사가 다시금 신앙을 회복하고 교회로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찬미워십의 민호기 목사는 부캐릭터 트로트 가수 ‘민수기’로 활동하며 ‘주님은 내 보험’ ‘민수기의 축복’ 음원을 발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민 목사는 “음악에도 영성이라는 것이 있어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기에 합당한 음악이나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트로트는 공예배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음악은 아니다. 그러나 성도의 교제, 또 때로는 특별한 시간과 장소에서 함께 나눈다면 공감대를 얻기에 좋은 장르다. 앞으로도 민수기로 꾸준하게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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