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속 교회가 갈 길은... 후보마다 기독교계 표심 얻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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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후보들의 친기독교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가 각각 연설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주자들이 기독교계 민심 잡기에 나섰다. 

1000만 가까운 기독교인의 표심을 의식한 의례적 방문이지만 이들을 맞는 교회나 목회자들은 부담이 크다. 

자칫 정치와 종교의 밀착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의 '친기독교' 행보에 교회가 중심을 잡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여야 최종 대권 주자들은 8일 한국교회 지도자를 만났다. 

이 후보는 이날 최종 후보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방문했다. 

 

한교총은 이 후보에게 국민 대통합을 이뤄 달라는 요청과 함께 차별금지법 입법 문제에 대한 교계 입장을 전달했다.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문제(차별금지법)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도 같은 날 첫 공식 일정인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 앞서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김장환 목사를 비공개로 만났다. 

캠프 관계자는 "김 목사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와 함께 대통령 선거의 시작점에서 윤 후보가 대장정을 잘 헤쳐 나가라는 뜻으로 기도해 주셨다"고 전했다.

그동안 선거철만 되면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은 기독교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한국교회를 찾았다. 

이들은 때때로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을 무마하는 데 교회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 후보 역시 경기도지사 시절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종교 집회를 막으면서 교계의 반발을 샀고 현재까지도 교회를 핍박하는 대선 후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계에서는 '정교 유착'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교회가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충신교회 박종순 원로목사는 "대통령 선거일까지 대선 후보들이 더 자주 교회를 찾을 텐데, 교회가 절대 정치 논리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며 "분명한 선을 긋지 못하면 결국 교회 지도자가 추해지고 만다"고 우려했다. 

김영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도 "교회는 대통령 후보에게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교회의 본래 사명인 약자를 돌보는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며 "후보자도 교회 지도자를 만나면 여러 사안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지 덕담만 들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은 "지금 필요한 건 품위"라며 "목회자들이 정치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예언하는 기독교적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대선 주자들의 종교시설 방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일부 단체나 교회가 특정 후보나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경계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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