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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회생활 30년 동안 가장 이상한 부활주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평생에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입니다. 

북가주총연에 소속된 각 지역교회협의회에서도 예전처럼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마 소속교회들도 그 동안 루틴처럼 해오던 예배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더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에 처해 있는 줄 압니다. 이래저래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작게는 우리 각자의 인생이, 넓게는 이 세상사 자체가 다 어떤 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의 이 장기간의 팬데믹도 우리 모두에게 결코 불필요한 것만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주 '종려주일'에 사역하는 교회에서 행한 설교가 시편 51편이었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주는 번제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다윗 왕이 큰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가 선지자로부터 책망을 듣고 난 후 절절이 회개하며 지은 노래 중 일부입니다. 

팬시한 가시적 예배행위들보다는 예배자들의 '상한 마음'을 더 받으시겠다는 하나님의 마음이 엿보이는, 참 좋은 구절입니다.

제 소견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교훈하는 바도 바로 이거라고 믿습니다. 

부활절이 오면 우리는 뭔가를 하려고 합니다. 

다 좋고, 다 의미 있는 것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본의 아니게 잠잠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잠잠히, 더더욱 은밀하게, 그리고 정말 소소한 으로 주의 부활의 참 의미를 묵상해보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시편에도 그런 말씀이 나오지요?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저는 이번 부활절이 그 어느 때보다 이를 실감할 수 있는 부활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만히 있어!"는 '잠잠함'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잠잠함 가운데 임하시는 성령님의 음성을 듣는 이번 부활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진지한 묵상과 감사로 인해서, 북가주 지역에 속한 각 교회와 성도님들의 삶의 현장에도 우리 주님의 부활의 생명이 더 꿈틀거리게 되는 4월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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