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일 (10월 5일 토요일)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에서 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까지 28.5Km

순례기행1.jpg

오르비고는 참 아름다운 다리가 있는 도시였다.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가 묵은 알베르게는 사설 알베르게로 잘 정돈된 곳이었다. 
또 많은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순례자들은 알베르게에 들어오면 서로 아주 반갑게 만나지만 순례길을 떠날때는 훌쩍 떠난다. 
걷는 것은 자신이 해야하는 거룩한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몇몇 젊은이들은 며칠을 계속 같이 다니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걷는 속도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시 따로 걷는다. 
오늘은 6시 15분에 출발해서 산길로 들어섰다. 
어제까지 오던 비가 멈추니 하늘에는 별들의 잔치가 열렸다. 
온갖 별자리 수를 다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했다.
둘 다 말없이 찬양을 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옮겼다. 
약 두시간정도를 걸으니 곧 산은 벗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도 다음 마을에 도착할려면 6km 정도는 더 걸어야 했다. 
그런데 멀리 두 세 사람이 보이고 작은 음식 판매대같은 것이 보였다. 
누군가 순례자를 위해 아침 일찍 물건을 팔려고 왔나보다 생각했다. 
그 상인의 정성이 고마와 무엇이라도 사줘야겠다고 남편이 말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냥 순례자를 위해서 약 4년 반동안을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데이빗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순례자들이 너무 알베르게에 의지해서 순례하는 것은 영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따뜻한 물과 커피, 차, 약간의 과일, 그리고 쿠키가 있었다.
 난로위에는 달걀을 삶는 냄비가 놓여있었다. 
옛날 초등학교 다닐때 교실에 있었던 난로같은 것이었다. 
남편이 비디오 촬영을 했다. 
데이빗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6km를 걸으니 아스토르가가 나왔다. 
이 곳에서 두군데 박물관을 둘러 보았다. 
가우디가 건축한 신고식 양식 '주교의 궁전'이 '카미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바깥도 특징적이었지만 안은 더 정교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과거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경건한 순례자상들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곁에 산타 마르타 대성당이 있고 그 곁에 대성당 박물관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유래가 된 야고보 사도를 매장하는 그림이 있다고해서 들어가 보았다. 
카톨릭의 전형적인 성화들과 십자가들이 많다. 
주교들이 입었던 공교하게 수놓은 옷들도 많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종들이 입기에는 너무 사치스럽고 화려해 보였다. 입에서는 연방 "오 주님,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탄식이 나온다.
마침 11시가 되어 박물관이 열렸다. 
두 박물관 중에 대성당 박물관에 비치된 추기경들의 의상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남편이 말했다. 
나도 마음이 좋지않았다. 주님은 민중들과 함께 하셨는데 그 의상은 민중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번 순례길을 걸으며 카톨릭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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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교 목사 자작시]



순례기행3.jpg


마음에 흐르는 눈물의 강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
젊어서 삶의 고통과 슬픔을 맛 본 사람들을
생각하며 걷는다

눈으로는 눈물이 쏟아지지 않지만
내 마음에  한 줄기 흐르는 강물처럼
뜨거운 눈물의 강이 흐른다

이 흐르는 눈물의 강이 흐르고 흘러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그 마음에 패인 자국들을 씻어내고
새 살을 움돋게 하는 치료의 강물 되기를

내 연약한 기도가 하늘에 닿아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폭포수 같은 눈물이
고통받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말갛게 씻기시고 치료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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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5일 (10월 6일 주일)
산타 카탈리나에서 아세보까지 30Km

오늘은 주일이다.
주일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함께 예배를 드릴 장소가 없다. 
오늘도 남편과 함께 새벽 출발 전 알베르게 앞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다시 목적지를 향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찬양을 들으며 마음을 주님께 집중하며 묵묵히 걸었다. 
오늘은 산을 넘어 아세보까지 간다. 
10월이 되니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다음 마을까지는 산길을 약 12km 걸어야 했다. 
그 곳에서 아침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요즘은 보통 10km 정도는 걷고 쉬는 것 같다. 
예전에는 5km를 못 넘겼는데, 몸이 많이 걷는데 익숙해 진 것 같다, 
약 두시간 반을 걸으니 해발 1150미터에 위치한 산지 마을 라바날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카페에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약 20여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산길을 걷게 된다. 
마치 The Lord of Ring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산촌들을 연결하는 산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경치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길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다시 10km정도를 걸으니 푸에르타 산에 우뚝 서있는 철십자가가 나왔다. 
갑자기 마음이 숙연해졌다. 
피곤한 몸도 쉼을 얻는 것 같았다. 
짐을 내려놓고 묵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남편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해발 1505m에서 온갖 풍상에도 흔들림이 없이 서있는 철십자가는 세상의 온갖 핍박에도 홀로 위대함을 드러내는 우리 주님 같았다. 
세상과 상관없이 우리 주님은 그의 이름의 영광을 드러내실 것이다.
철십자가를 바라보며 그 분의 영광을 선포했다. 
내주하시는 성령님께서도 주님의 이름이 세상에서 멸시받고 있음을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았다. 
근심하시는 성령님의 흐느낌을 느꼈다. 오늘의 예배는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인데 돌밭이었다. 
보통 내려가면서 부상들을 많이 입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조심스레 걷는다. 
우리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9km의 돌밭을 내려오니 너무나도 중세의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이 숲 속에 숨어있었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가 없었는데 목적지 아세보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나니 오늘의 수고가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 산촌의 해지는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해가 가까이에서 지는 모습은 아버지의 창조의 능력을 선포하는 함성과도 같았다.
철십자가의 감격과 어울려 이 광경은 나를 주께 더 가까이 이끄셨다.






제26일 (10월 7일 월요일)
아세보에서 카카벨로스까지 35Km

순례기행2.jpg

오늘은 가장 많이 힘들게 걸은 날 중 하나이다. 
새벽 어두운 시간 산지 마을 아세보를 나와 길을 잘못 들었다. 
1 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좁은 산길이니 표기할 만한 곳이 없어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곳에는 반드시 노란 화살표가 있는데 그것마저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깊은 산 중으로 계속 들어간다. 
지도 상으로 바르게 가면 1시간 (4Km) 정도면 리에고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해야 한다. 
마을 불빛은 오른 쪽으로 저 산 골짜기 넘어 비치고 있다.
아직 어두웠다. 
결국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기로. 아까운 걸음이었지만 미련을 둘 수 없었다. 
1시간을 다시 부지런히 걸어 되돌아 갔다. 동이 터오고 노란 화살표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그래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길을 잘못 든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처음 이상하다는 생각이들었을 때 멈추었어야 했다. 뒤돌아 나왔어야 했다. 
걸었던 시간, 거리를 아깝게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 삶, 비즈니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어제 처럼 돌길을 내려와야 했다. 4.5Km 내리막 돌길을 아내가 조심 조심 내려온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걷는다. 
하루를 걷고 나면 무척 힘들어 하는 아내이다. 
잘 때 마다 다리에서 허벅지까지 쑤시고 아파 한번씩 깬다고 한다. 
다른 사람 깰새라 침낭 속에서 혼자 소리나지 않게 주무르고 스트래치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잠을 잔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10Km 걸어 폰페라다에 도착했다. 
중세때 활약했던 템플기사단의 성이 웅장한 모습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볼거리기가 많았지만 갈길이 바빴다. 
폰페라다를 나선 후 카카벨로스까지 17Km 구간에는 중간 숙박시설이 없다. 
도시가 이어지는 외곽 큰 길로 10Km 걸었다. 마침내 도시를 벗어났다. 
시골길로 들어서니 포도원이 펼쳐져 있다. 기분이 산뜻해 졌다. 아내도 나도 많이 지쳤다. 벌써 오후 5시가 되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알베르게에서 자지말기로 했다. 
공동 숙소가 아닌 독립된 방에서 제약 받지 말고 쉬어야만 한다. 
호스텔에 들었다. 개인 샤워실이 갖추어진 깨끗한 룸이 있다. 
1 인 당 20 유로씩이다. 사설 알베르게 괜찮은 곳이 15 유로 인 것에 비하면 값이 좋은 편이다. 아내도 만족해 한다. 
오늘 밤은 그래도 잘 휴식할 수 있겠다고. 
돌아간 거리까지 합치면 약 43Km를 걸은 긴 하루였다. 
우리 주님이 힘 주셔서 잘 걸었음을 고백한다. 
주님, 감사합니다. 단잠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내일 아침 원기 회복하여 잘 일어나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도록 은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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