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일 (10월 8일 화요일)
카카벨로스에서 비가 데 발카르세까지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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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호스텔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베가 데 발카르세를 향하여 출발했다. 
어제 약 43km를 걸어서인지 아직도 다리에 힘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약 25km를 가면되니까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중세풍 도시의 카카벨로스를 떠나서 약 2km를 가니 시골길을 걷게 되었다. 양 옆으로 온통 포도밭이었다. 
한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가는데 농부들이 포도 수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데 오라고 손짓을 했다. 
포도수확을 하면서 카미노를 걷는 사람을 위하여 포도 송이를 철봉같은데 걸쳐놓고 있었다. 
그 중에 큰 두송이를 주었다. 
감사함으로 받아서 마침 지나가는 순례자가 있어서 나누어 주었다. 남편과 걸으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포도알이 입에서 톡톡 터졌다. 
씨까지 꼭꼭 씹어서 먹었다. 
갑자기 몸이 엄청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또 한참을 가니 이번에는 배나무에 배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남편이 그 중에서 가장 크고 잘익은 배를 하나 따 주었다. 
정말 맛있었다. 이번에도 껍질채 잘 먹었다. 
어제 많이 걸었다고 주님께서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았다. 
약 8km정도를 걸으니 너무나도 아름다운 중세도시 비야프랑카 데 비에로스가 나왔다. 
스페인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오늘 먹을 점심거리를 샀다. 
남편이 상추, 3종류의 살라미, 토마토, 아보카도, 그리고 막 구어낸 빵을 샀다. 시장 본 것을 남편이 배낭에 달고 걸었다.  
도시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큰 통에 그 지방 특산물인큰 문어를 삶고 있었다. 
오랫동안 생선을 먹지 못해서 먹고 싶었는데 아직은 팔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지나왔다. 
무척 아쉬웠다. 
다시 계곡길 같은데를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밤나무가 무척 많았다. 
햇볕이 잘 비치는 곳에 있는 열매들은 익어서 밤송이가 입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밤을 따보고 싶었다. 
가지고 있는 지팡이로 툭 치니 밤송이가 떨어졌다. 
두 줌 정도의 밤을 따서 배낭에 넣고 걸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늘 저녁에 삶아서 혹시 한국 사람 만나면 같이 나누어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호도나무에서 떨어진 호도도 주웠다. 마음이 가을 수확을 한 것처럼 신이났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마침 한국 자매가 있어서 밤자랑을 했다. 
기대를 잔뜩하고 밤을 삶았는데 떫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접시에 담아 사진까지 멋있게 찍고 정말 맛있게 먹을려고 했는데.....오늘의 수확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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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교 목사 자작시]

가장 아름다운 길

사산티아고 길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한다
걷기 전에는 과장이 심하고 생각했다
걸어보니 과연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길들과 변화하는 날씨들
중세풍과 현대 유행이 잘 조화된 도시
잘 보존된 성당들 광대한 메세타 지평선
그림같은 산지 마을들

일천년 넘는 세월을 꾸준히
수 많은 지상의 순례자들이 
영적인 목적으로 걸어 오며
세계인의 인정을 얻은 유일한 길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길이다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길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평생 두손 모으고 자식을 위해 기도하며
신앙으로 살아 오신 어머니의 길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고 지친 몸 이끌고 
매주 교회 나와 섬기는 주님의 사람들 
매주 예배를 돕는 찬양팀 음향 담당자
성가대 지휘자  반주자 성가대원들
꽂꽂이 봉사자 안내 섬김이 주차 봉사자들
주일학교 선생님들 사랑의 식탁 봉사자들
무명의 봉사자들 모두 열거할 수 없다

이들이 내면에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지고 있고
일상에서 십자가의 길을 걷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약한 몸 이끌고 시련을 참고 견디며
간절한 기도 눈물로 주님 섬기는 형제 자매들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걷는 이들에게
고맙다며 고개 숙여 절을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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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일 (10월 9일 수요일)
비가 데 발카르세에서 폰프리아까지 24Km

오늘은 출발 때부터 걷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28일간 쉬지않고 걸었다. 이틀 전에는 43km를 하루에 걸었다.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오르막 길로 들어섰다. 
해발 600m지점에서 숙박을 했는데 해발 1330m까지 올라가야했다. 내키지않는 발걸음이라 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걸으면서 한가지 배운 것은 걸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을 갖고 걸었다. 
12km를 걸으니 오 세브레이로라는 도시가 나왔다. 
일단 배낭을 내리고 한숨을 돌리니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시 아래로 산안개가 짙게 깔려있고 산 봉우리 봉우리들은 마치 섬처럼 보였다. 그 
곳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하나님의 창조의 손길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그 분의 위대하심에 나를 맡기니 무거웠던 마음의 구름이 사라지며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자연 하늘, 산, 구름, 안개, 바람의 만남은 항상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점심거리를 사서 배낭에 달고 다니는 것이 무거워 오늘은 이른 점심을 하기로 했다. 레스토랑을 찾으니 문어 그려놓은 곳이 있었다. 
지난번 비야 프랑카에서 문어를 삶고 있는 광경만 보고 지나친 다음 문어를 꼭 먹어보아야지 했었다. 그 곳으로 들어가 문어를 시켰다. 
한접시가 나왔는데 삶아서 파프리카 가루와 소금만 뿌린 요리였다. 생각보다 문어가 질기지 않고 맛이 있었다.
점심으로 문어 한 접시를 먹은 후 그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높이 올라왔으니 내리막길로 조금은 쉽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길이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잠시의 쉴틈도 주지않고 12km정도를 걷게 했다. 
특별히 포이오고개(1330m) 넘을 때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이들었다. 
남편은 계속 뒤에서 나의 배낭을 들쳐주어 배낭의 무게를 가볍게 느끼도록 도와주었다. 
오늘은 산위를 걸어 산촌의 마을들을 연결하며 걸었다. 그 힘든 와중에서 남편은 생각이 나면 길을 걸으면서도 시를 썼다. 
오늘은 걸으며 기독교인과 고행(힘든 영적 훈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고행을 통해 구원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선물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새로운 삶은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한다. 이 도전은 때때로 인격의 수양이 없이는 실행할 수가 없다. 
잠시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열매로 나타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독교인 우리에게도 고행이 필요할까?
걸으며 생각하니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걸으며 극기 훈련을 했다. 
나의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었다. 그런데 해냈다. 이런 훈련은 나에게 삶의 어떤 문제에 부딪쳐도 안정감을 잊지않도록 할 것이고, 하나님의 자녀로 좀 더 높은 이상을 갖고 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제29일 (10월 10일 목요일)
폰프리아에서 사리아까지 26.5Km

산티아고2.jpg

폰프리아의 순례자 디너에서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훨씬 먼저 갔을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다리가 아파서 하루 이틀 정도를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분이 다가와서 혹시 어제 찬양을 틀고 걸었던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하니 자기는 시애틀에 사는 크리스챤이라고 한다. 어제 산길을 오르면서 너무 지쳤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찬양때문에 힘을 내어 걸었다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플로리다에서 온 91세 할아버지가 아주 유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내가 91세라면 어떻게 할까? 84세의 프랑스에서 오신 George할아버지는 지금은 어디를 걷고 계실까? 이번에 3번째를 걸으신다고 했고 죽기전에 한번 더 하신다고 했는데... 
폰프리아를 떠나 사리아로 가는 길은 어제에 비하면 훨씬 쉬운 길이다. 
그래도 26.5km의 짧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아침 7시에 출발했다. 아직 어둡고 하늘의 별들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후레쉬 없이는 앞이 분간 되지 않는다.
한 5km를 걸으니 산안개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경이로운 자태로 산지 마을들을 감싸고 있다. 산들이 섬처럼 산안개 바다에 떠 있다. 그 영묘한 아름다움에 순례자들은 발걸음을 멈춘다. 
오늘따라 순례자들이 줄을 이어 걸었다. 조금 더 산을 내려가니 아름다운 카페가 문을 열고 있었다. 몇 순례자들이 산촌 날씨의 쌀쌀함을 달래고자 발을 멈췄다. 우리도 커피와 홈메이드 치즈케익을 시켰다. 산안개를 내려다 보며 모닝 커피를 마시는 낭만을 즐겼다. 하루 시작 시간에 주신 은총에 저절로 감사가 우러러 나온다.
해발 1200km에서 부터 내려 와 해발 660km인 트리아카스텔라에 도착했다.
 아침에 추웠던 날씨가 많이 푸근해져 잠바를 벗었다. 
그 때까지만해도 스페인 북부 산지 갈리시아 지방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를 몰랐다.
 배낭을 매고 걷기때문에 걸을동안에는 땀이 많이난다. 잠시 쉬기 위해 멈추면 금방 추위를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잠바를 벗었다 입었다 하기를 반복했다.
지나오는 마을들이 너무 작아서 마을 이름도 지도에 없었다. 
어느 작은 마을에서는 주인 없이 큰 개들이 돌아다니고 닭들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걷는 길에 소똥도 많고 냄새도 지독하게 풍긴다. 
그래도 싫지 않다.
 마침 농부 아저씨가 걸어오시면서 우리를 힐끗 쳐다보신다. 정중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산간 마을을 지키고 사는 농부들에게 마음이 간다.
이름 없는 마을들을 지나면서 어느정도를 걸었는지, 얼마나 더 걸어야 목적지인 사리아에 도착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무작정 걸었다. 사리아 근교에 도착했음을 알았을 때에는 내리쬐는 햇볕으로 인해 많이 지쳐있었다. 멀리 도시가 눈에 보이고 난 후에도 약 9km정도를 걸어야했다. 이런 경우가 순례자들을 많이 지치게 한다. 
오늘도 우리는 찬양과 하나님의 말씀의 힘으로 걸었다. 많은 기도와 묵상을 드리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지성소를 사모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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