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일 (10월 11일 금요일)
사리아에서 포르토마린까지 23Km

산티아고1.jpg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무척 쌀쌀하다. 
사리아에서 몇가지 필요한 것들을 샀다.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바자르라는 곳에서 장갑 두컬레, 신발 깔창을 샀다. 
2유로하는 깔창은 처음에는 느낌이 좋지만 곧 다시 발바닥이 딱딱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한번 정도는 다시 새것으로 바꿔야 될 것 같다.
약국에 가니 호랑이 고약이 있어서 샀다. 

미국에서 가져온 벤게이가 다 떨어져서 스페인 것을 하나 더 샀는데 그것마저 다 사용했다. 
매일 아침 양말을 신기 전 발과 다리에 바르고, 또 쉴 때 다시한번, 자기전에 또 바른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호랑이 고약을 사용하니 냄새가 온 방에 진동한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사리아를 떠났다. 이제까지 눈으로만 봤던 산안개 속을 걸었다. 조금 걸으니 머리에도 배낭에도 산안개 물기로 축축하다.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순례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00km를 걸으면 순례증서를 주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이 사리아에서 부터 산티아고까지 걷는다고 남편이 이야기했다. 

 이렇게 시작하시는 분들이 언젠가는 산티아고 길을 다 걷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름도 나와있지 않은 작은 마을들을 지나는데 군데 군데 도네이션이라는 작은 박스와 함께 요기할 수 있도록 간식거리들이 놓여있는 곳이 있었다. 

우리도 아침에 과일만 먹고 출발한터라 한군데 들려 요기를 하고 도네이션을 했다. 어제보다는 좀더 빠른 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약 14km를 지나니 점심때가 되었다. 

길 돌담위에 할머니 두분이 너무나도 귀여운 모습으로 앉아서 점심을 드시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춰 어디에서 오셨는지와 연세를 물으니 오스트렐리아에서 오셨고 21살이라고 대답하셨다. 

산티아고 길에서 점점 젊어지고 있다고하시면서...  옆에 4분정도 늦게 태어나 동생이 된 분이 64세라고 말씀하셨다. 

돌담위에 앉아있는 64세의 쌍둥이 할머니...  아마 산티아고 길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산티아고의 길은 여러가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색이 된다. 

불란서에서, 폴란드에서, 독일에서, 뉴질랜드에서, 오스트렐리아에서, 스위스에서, 슬로바키아에서, 헝가리에서, 이태리에서, 나이지리아에서, 캐나다에서, 일본에서, 한국에서, 미국 여러 지역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온 우리까지... 우리는 찬양과 성경이야기로 산티아고 길을 채색한다.
 
할머니들을 뒤에 두고 조금가니 예쁜 카페가 나왔는데 영어로 메뉴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지금 다니고 있는 갈리시아 지방사람들은 약간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정말이었다.

송아지 고기 햄버거를 시켰는데, 하나는 미국에서 파는 햄버거 같고, 다른 하나는 햄버거위에 계란후라이를 올려놓고 노른자가 보이도록 빵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놓았다. 

주인이 케찹하고 머스터드까지 주었다. 행복한 점심이었다. 

남편에게 잘 먹여줘서 오늘 오후는 신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멀리 오늘의 목적지 포르토마린이 보인다. 오늘은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경까지 약 23km를걸었다. 

30일째를 걸었다. 하루도 쉬지않고 걷게 해주셨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어떤 날씨이든 걷는데는 장단점이 있다. 

우리의 인생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인생의 날씨를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든지 간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걸으면 더 쉽게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감사를 드릴 수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제31일 (10월 12일 토요일)
포르토마린에서 팔라스 데 레이까지 27Km

며칠 째 산간 지역인 갈리시아 지방을 걷고 있다. 

이 지방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레온 지방, 라리오하 지방, 나바르 지방은 마을마다 성당이 중심에 가장 큰 건물로 서 있었다. 

갈리시아 지방은 성당이 거의 안보인다. 있어도 아주 작고 쇠락해 있다. 문을 열고 있는지 궁금하다. 

성당도 없이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믿음생활들을 해 왔을까 궁금하다(일단 카톨릭과 개신교의 교리적 차이는 생각하지 말고).

작은 마을들이 듬성 듬성 있지만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서로 가깝지않다. 

작은 마을들을 주일에 방문해서 예배를 드리는 미국의 국내 선교사님들 처럼 이들을 섬기는 분들이 계시는지 궁금하다. 

우리 기독교는 적극적으로 선교를 통해서 찾아나서는데 카톨릭도 그렇게 하는지 궁금하다. 혹시 신앙적인 면에서 버려진 사람들은 아닌지 궁금하다. 

오늘도 작은 마을들을 통과해 왔는데 마음이 아프다. 

한국과 미국은 마을마다 교회가 많이 있어서 원하는대로 골라서 주민들이 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가 너무 많다고 불평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생명과 죽음, 천국과 지옥, 영생과 영벌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가 많은 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나도 이곳에 와서 작은 마을들을 직접 걸어다녀 보기 전에는 이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랐다. 

교회가 내가 사는 곳에 있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역자와 성도들이 있어 예배 드리고 말씀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놀라운 축복이다.
오늘도 순례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인사만하고 스치는 사람들,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같은 장소에서 쉬면서 더 가깝게 알게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오는 길에 어떤분이 우리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오신 분이었다.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났다. 한국에서 온 자매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는데 우리 테이블로 오셨다. 

자기소개를 했다. 이름은 George이며 직업은 변호사, 나이는 64 세라고 했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이유는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한다. 
철학과 문학, 과학으로 잘 무장된 지식인이었다. 

다른 종교는 물론 성경에 대해서도 상당히 알고 있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아느냐고 질문하니 안다고 대답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가 얼마나 혼돈가운데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지식의 성 안에 꽉 갇혀있는 사람같았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고통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많은 지식이 너를 오히려 망하게 하는구나"는 말씀이 생각났다. 
'사영리'로 복음을 전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 만이 인생 문제의 해답자이시며 길과 진리와 생명임을. 
조지는 자기 작은 수첩에 받아 적었다. 

산티아고를 걷는 동안 그의 영혼이 구원 받고 주안에서 자유함을 얻기를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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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교 목사 자작시]

깊은 고요 속으로

깊은 강은 먼 길을 고요히 흐른다
길게 곧게 곡선을 이루며 굽이쳐 흘러
다른 강과 만나 합쳐지고
한 줄기를 이루어 깊게 흐르고 흘러
보이지 않는 먼 바다로 향한다

주님을 향한 갈망도
깊고 깊어지면 
언어도 생각도 그쳐지고
의식은 깊은 고요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눈에서는 깊은 눈물의 강이 흐른다

사모하는 영혼은 깊은 강 같아서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물길 따라 
그분의 손길에 이끌려 흐르다가
어느 순간 깊은 고요 속으로 들어 간다

고요를 지나 의식이 깨이면
태초의 빛 보다 찬란한 빛이 있는
빛들의 나라 천국에 이르고
빛나는 미소 우리 주님을 뵙는다

빛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고
빛들의 찬란한 음악이 흐르고
빛의 천사들과
빛나는 옷을 입은 성도들 함께
빛들의 아버지께 영광 영광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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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일 (10월 13일 주일)
팔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까지 26.4Km

산티아고2.jpg

오늘은 주일이다. 
주의 백성들과 함께 예배드리기를 간절히 원하나 갈 교회가 없다. 
오늘도 출발 전 남편과 성당 앞에서 예배를 드렸다. 

찬송가를 부르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 하고 남편이 축도를 했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렸다. 

뉴라이프 가족들을 생각하며 그들은 함께 모여 영광의 하나님께 경배를 드리니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우리도 곧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았다.
오늘은 예배를 드리고 8시 30분경에 출발했다. 

이제 이틀 후에 산티아고에 들어간다. 35일 만에 순례의 여정을 끝내게 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으로 가능했다. 

알베르게의 침대는 스펀지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가운데가 푹 패여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많았다. 

당연히 허리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에 7시간 정도를 걸었다. 
그런데 남편과 나는 허리가 아프지 않다. 생각할수록 감사하다.
 
오늘도 예수님의 보혈로 우리를 덮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리바디소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3km 정도 떨어진 조금 큰 도시 아르수아로 더 갈까 생각하다가 그냥 리바디소에 머물기로 했다. 

도착 후 짐을 푸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 했다. 우린 편한데 오고 있는 순례자들이 잘 오고 있는지 마음이 쓰였다. 옷은 판초를 입으면 되는데 신발이 젖으면 다음날까지 잘 마르지 않는다. 

조금 있으니 비를 맞은 순례자 몇 분이 급하게 들어오셨다. 

리바디소는 작은 마을인데 마켓은 오전까지만 장사하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저녁거리를 살 수 없었다. 

마침 스프 반 봉지와 한국 자매가 준 라면스프 한 봉지, 그리고 자판기에서 뺀 파스타 한 봉지가 있어서 파스타 라면을 끓여 먹었다. 

파스타 라면? 나름대로 비 오는 날에 메뉴로 괜찮았다. 내가 농담으로 집에 가서도 해 준다고 하면 남편은 고개를 흔든다. 

North Carolina 에서 온 부부가 치즈를 한 개 갖다 주었다. 본인들도 시장을 보지 못하고 있는 대로 먹는 중이었다. 

순례자들 간의 우정이다.

이틀 후에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하루를 쉬고 다음날 4박 5일로 피니스테레(땅끝이라는 뜻의 지명)로 출발한다. 

피니스테레 까지는 89Km이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가 0km로 끝나는 대서양과 맞닿은 곳이다. 

남편이 그곳까지 가기 원해서 40일 일정을 35일 일정으로 당겼다. 4박 5일을 걸어서 간 후에 올 때는 버스를 타고 돌아올 예정이다. 

40년의 광야 생활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루를 1년으로 생각하면서 걸었다. 

우리가 불평하지 않고 감사함으로 열심히 걸을 테니 하나님의 백성인 뉴라이프 가족들의 믿음의 여정에 하나님의 임재가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도했다. 

약 30일 동안 만나고 스친 순례자들도 마음이 쓰이는데 하물며 같은 교회에서 한 하나님을 섬기는 형제자매들이랴! 

그들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들의 기쁨도 아픔도 다 우리의 것이다. 

사랑하는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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