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분노

함 문님

 

분을 내어도 해를 넘기지 말라시는데

겨울 해는 조급히 달려가니 아쉬워

봄 가고 여름 해 더디 넘어갈 때

 

이젠 내 속에서 미움을 놓아 보내고도 싶지만

여름 해 보다 더욱 긴 분노의 꼬락서니는

깊은 산 속 늘어진 칙 넝쿨 같아

 

내 어그러진 자존심을 헝클어 놓은 형제를

긴 해에 붙들어 매고 마냥 묵상합니다

 

아마도 죄악의 공간을 불 사르느라 지친 해는

내 미련한 아집을 실어 갈 기력이 없음인가

차라리 힘차게 돋는 새 아침 해에게

불끈 들어 싣고 가라 하고픈데

 

더욱 정중한 부탁은

싣고 가기 보단 뜨거운 태양 열로

아예 불 태우고 가라 하렵니다

질기디 질긴 칙 넝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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