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약사범 끊기 위해 초기 진압 중요…마약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자세 필요”

채왕규 뉴비전교회 목사 국민일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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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왕규(오른쪽) 뉴비전교회 목사가 지난 4월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켄싱턴 거리에서 마약 중독자에게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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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비전청소년커뮤니티센터가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시 켄싱턴 거리에 마약 중독자들을 위해 차린 부스 모습. 채왕규 목사 제공

 

한국 내 마약사범이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부장검사 박재억)가 펴낸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범죄율이 5년 사이에 약 50%가 증가했다. 또한 10명 중 6명이 30대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의 켄싱턴 거리에서 27년째 마약 중독자를 돕는 사역을 하는 채왕규(56) 뉴비전교회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마약사범을 끊기 위해서는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며 “골든 타임을 놓치면 마약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에 절대 손을 대지 말고 누군가 권했을 때에는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는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진행됐다.
채 목사는 “마약 중독자들도 제 3자의 도움이 있어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단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가 마약 중독을 끊어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켄싱턴 거리는 어떤 곳인가.
“사람들은 이곳을 ‘좀비 거리’라고 한다. 늘 1만명 가까운 이들이 마약을 투약한 뒤 거리를 좀비처럼 거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마약 중독이 상당히 심각한 것 같은데.
“켄싱턴 거리가 5년 전까지 이 정도는 아니었다. 2~3년 사이에 마약 중독이 극심해졌다. 2021년 교통사고와 총기사건을 합친 사망자 수보다 마약 펜타닐로 죽은 사람들의 사망자 수가 더 많았다. 펜타닐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필라델피아시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 차원에서 주사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마약 중독자를 단속하기에는 그 수가 많아 주사기 공유로 인한 감염병 확산이라도 막기 위해서다.”
 
-주된 원인은 뭔가.
“연속성이다. 미국은 대마를 2001년부터 의료용으로 합법화됐다. 현재는 개인 사용도 허용되는 추세인데 그 결과 강력한 마약 중독까지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미국 사회는 폐쇄된 관계로 우울증이 심화가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사람들은 대마로 마약을 시작했는데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겠는가. 결국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되고 펜타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목사님의 사역을 소개해 달라.
“매주 화요일마다 마약 중독자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고 안수 기도를 한다. 또한 독소를 빼는 디톡스도 권하는데 긍정적으로 답한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마약 중독은 복음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뉴비전청소년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해 주님을 이어주는 다리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사역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29년 전 미국 뉴욕에 신학을 공부하러 왔다. 한 목사님이 범죄 조직 대상으로 사역을 하고 계셨는데 봉사하러 갔다가 적지 않은 한인 청소년들이 조직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저도 과거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돕고 싶었다. 무엇보다 봉사가 저와 잘 맞아 지금의 사역에 뛰어들었다. 1년에 1명의 청소년만이라도 상담할 수 있으면 투잡을 뛰어서라도 사역을 이어가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했다.”
 
-한국도 이제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필라델피아가 10 단계 정도의 위험성이라면 한국은 1~2 단계로 초기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사람들은 중독자들을 타이르려는 등 초기 진압을 정적으로 하는데 이는 잘못된 조치다. 보통 부모는 마약에 중독된 자식들을 설득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경찰에 반드시 알려야 하고 감옥에 넣어야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망가진다. 학생들은 호기심이 생겨도 마약 근처에 가서는 절대 안 된다.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목회자들은 위기에 처한 한 영혼들을 돌봐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곳에 상처를 입었는지 등 한명 한명 영적인 상태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역이 쉽지 않아 보인다.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마약 하지 마라. 팔지 마라’라고 전하는 게 제 일인데 어느 중독자들이나 딜러들이 좋아하겠는가. 거리에 나가면 항상 저에게 욕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이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씀하셨는데.
“마약은 초기 중기 말기가 있다. 초·중기에는 중독돼 디톡스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마약을 끊어보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켄싱턴 사람들은 대부분이 말기인데 밑바닥을 쳤다는 것이고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의 희망이다. 바로 개선될 수 있다는 꿈을 꾼 것이다.”
 
-향후 사역은?
“마약 중독자 치료 사역은 계속할 것이다. 복음을 바탕으로 한 마약 치료 병원을 열고 싶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같이 사역을 넓히고 싶다. 한국도 이제는 마약 노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길이 열린다면 제주도에 디톡스 센터를 만들고 싶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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