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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피란, 전 세계적 감염병 등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지켜냈던 주일 예배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따라 주일 성수를 방해하는 요소들도 다양해졌다.

최근 미국의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실시한 ‘성도들이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악천후로 인해 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조사에서는 ‘폭설, 태풍 등 악천후’ ‘나들이 등 야외 활동’ ‘수면 보충’ ‘친구와의 약속’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의 상황에 따른 성도들의 예배 참석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악천후가 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유로 꼽힌 가운데 ‘나들이 등 야외 활동’(55%) ‘수면 보충’(54%) ‘친구와의 약속’(50%) ‘스포츠 경기 관람’(42%)이 뒤를 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배에 참석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11%) 수준에 그쳤다.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응답자들의 예배 참석 여부가 외부 환경적 요인보다 개인적 요인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표다. 

연간 ‘한 차례 불참’ ‘몇 차례 불참’ ‘여러 차례 불참’으로 응답을 나눠 조사한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한 차례 또는 몇 차례 불참할 수 있다는 응답은 ‘악천후’에 쏠렸지만 여러 차례 불참할 수 있다는 응답은 악천후(15%)보다 나들이, 수면 보충(18%)이 오히려 높았고 스포츠 경기 관람(1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야외 활동과 수면 보충, 친구와의 만남을 이유로 예배에 빠질 수 있다는 응답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주목됐다.

미국의 조사지만 한국교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주일 성수에 대한 의식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개신교 대학생의 신앙 의식과 생활’ 조사에서는 응답자 22%만이 ‘주일 성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7년 같은 질문에서 33%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차이가 확연하다.

정평진(브리지임팩트사역원 대표) 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예나 지금이나 성도들의 예배 이탈 문제의 핵심은 ‘타협적 신앙’이었다”며 “과거엔 청소년들의 학업, 성인의 출근이 타협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와 개인의 취미 등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공개한 6.25 전쟁 당시의 사진들은 큰 울림을 전한다. 

160여장의 사진에는 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5일부터 정전 협정을 체결한 1953년 7월 27일까지 1129일간의 기록이 담겼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도 다수 포착됐다. 

국군과 유엔군 소속 장병들은 서울을 수복한 1950년 9월 28일 서울 중앙청 앞에서 감사 예배를 드렸다. 

중앙청 계단에 꿇어앉아 성찬에 참여하는 장병들의 비장한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미국 보병 31연대 병사들이 강원도 화천 노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에서는 당시의 열악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더러워진 군복을 입은 채 임시로 만든 통나무로 의자에 삼삼오오 앉아 예배를 드리는 장병들 앞에는 침엽수 가지로 대강 엮어 만든 십자가가 놓였다.

미군들만이 아니었다.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 중에도 성도들이 적지 않았다. 

성도들은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상황 속에서도 교회를 세웠다. 

고 한경직 영락교회 목사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부산영락교회에서 주일예배 설교를 전했다. 

영락교회 35년사는 ‘북괴군의 남침 보도를 들어서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으나 예배를 드리기 위해 4000여명의 교우들이 예정대로 모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6.25 전쟁과 한국교회’(CLC)를 쓴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는 “부산 지역의 중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전쟁 시기에 설립됐다”며 “전쟁이 부산지역의 기독교를 성장시킨 전환점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탁 교수는 “전쟁이라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예배를 지킨 선배 신앙인들을 본받아야 한다”며 “당시 교회는 비기독교인도 찾아올 정도로 사회에 소망을 주고 살길을 열어주는 곳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고 엔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이 신학과 신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영훈(성결대) 교수는 “팬데믹 이후 주일뿐 아니라 모든 날이 중요하다는 신학이 강조됐다”며 “모순되게도 모든 날이 중요하면 어떤 날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안식일 신학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성경 속 ‘성소’와 ‘구별’의 개념을 재강조할 필요가 있다. 모든 날이 중요해지려면 어느 한 날이 중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비대면 활동이 익숙해지고 메타버스 시대가 다가오면 오프라인 교제가 온라인으로 크게 전환될 것이란 분석들이 나왔지만 대면 활동을 통한 관계 지속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임을 조사 결과가 방증하는 셈”이라며 “교회가 성도들의 교제를 바탕으로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예배를 대하는 우선순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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