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합의된 지침 마련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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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은퇴 등에 따른 선교지 재산권 이양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동남아 A국 학생들이 2021년 2월 현지 선교센터에서 청소년 직업훈련의 일환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모습이며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197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 A국으로 파송된 B선교사는 파송 교단 등의 지원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법인을 설립해 운영했다. 

5년 전 현지 국가로부터 비자가 거부돼 40년 가까운 사역을 내려놓으면서 귀국했다. 

문제는 그동안 학교법인 재산권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B선교사의 개인 재산이 된 것이다. 

아버지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그의 아들 C선교사가 5년 전부터 어떠한 문제 제기 없이 학교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 D국에서 40년 이상 사역한 E선교사는 시민권을 얻으며 현지 사회에서 신뢰를 얻었다. 

그런데 평소 지병이 있던 E선교사가 기독교 대학 설립을 위해 여러 교회 등으로부터 모금하던 중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학교 설립 후원금 중 큰 금액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현지 교회가 겨우 뒷수습을 하며 일부 금액으로 학교를 설립했으나 40년간 진행된 사역 이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교사 처우·재산권 이양 문제 급부상

 

일부 선교지에서 재산권을 두고 생긴 분쟁이나 사역 이양으로 인한 문제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1세대 선교사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재산권 이양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2022 한국선교현황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국적의 장기선교사(2년 이상) 2만2204명이 파송 국가 169개국에서 사역하고 있다. 

장기선교사 가운데 50대 이상이 65.5%나 되는 상황에서 은퇴를 앞둔 선교사 처우 문제와 함께 재산권 이양 등 한국교회 내에서 합의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교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일부 선교지 문제의 책임을 결국 한국교회 전체가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제는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보다 정직하게 선교 사역을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9개 교단 ‘선교재산, 선교목적 사용’ 결의

 

이를 위해 한국교단선교실무대표협의회(한교선)는 21일 서울 동작구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세미나실에서 ‘한국 선교 출구전략과 이양 정책을 위한 KWMA-한교선 공동 결의서’를 발표했다. 

한교선은 KWMA와 9개 교단 선교부(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대신·백석·통합·합동·합신)로 구성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지난 한국교회 선교가 많은 부분 돈과 프로젝트 중심이 되는 힘에 의한 선교에 있었음을 회개한다”며 “앞으로 이를 지양하고 선교지 중심의 건강한 선교로 나아가겠다. 

선교지에서 형성된 모든 선교적 재산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적 재산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 목적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앞으로 각 선교부의 규정으로 선교지 재산이 사유화되지 않고 선교적 목적에 따라 현지에서 사용되도록 하는 원칙을 강화할 방침이다.

 

●재산권 외에 모금, 위기관리도 연구

 

전철영 예장합동 총회 세계선교회 선교사무총장은 “20여년 전부터 제기된 재산권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적 제도 장치와 함께 2만여명에 달하는 선교사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한교선은 재산권뿐 아니라 모금 대응, 위기관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교단 차원에서 모금을 사용하고 선교사들의 은퇴 교육·훈련 방안도 제안됐다. 

홍경환 예장통합 총회 세계선교부 총무는 “예장고신을 제외한 모든 교단이 선교사로 하여금 개인 모금 방식을 진행한다”며 “한국교회가 교단이 주도적으로 모금을 재배치하고 정책에 맞게 선교를 진행하는 부분에 대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충환 예장합신 세계선교회 총무는 “각 교단에서 선교사들의 은퇴를 준비하면서 교육·훈련하는 계몽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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