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면_땅끝향기.jpg

"선교는 삶이야!"

선교지에 부임하며 만난 선임 선교사님의 말씀이 늘 마음 한편에 새겨져 있다.

당시 20대였던 나에게 '선교가 삶'이란 말은 무척 멋있게 느껴졌지만, 그 의미를 깨닫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다만 선교지의 삶을 사는 동안, 내게 주어진 삶의 현장 가운데 믿음으로 잘 살아내라는 격려였고, 사역보다는 엄마와 아내로 우선순위를 두느라 현지인들을 마음만큼 섬기지 못한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에게, 내가 아닌 나의 삶을 통해 일하실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는 위로의 말씀이었다.

선교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동역자들은 종종 이렇게 물었다.

"사모님은 어떤 사역을 하세요? 선교지가 힘들진 않으세요?"

무언가 기대하고 있는 듯한 그들에게 지난 시간 동안의 대단한 사역의 결과물을 내보여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있었지만, 나와 우리 가정을 사랑해 주는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은 정직이었다.

"전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자녀를 키우며, 외부 사역이 잦은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 왔어요. 아이들이 크고 나선 맡겨진 소소한 사역들을 감당하고 이쏙요.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듯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요. 그래도 네팔에서의 삶을 지금까진 좋아하고 있어요."

사랑 많은 나의 동역자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기쁘게 받아 주었고, 나의 삶을 지지하고 신뢰해 주었다.

그들의 질문과 용납은 나의 삶에서 '선교는 삶'이란 말의 의미들을 찾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내가 네팔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상황들 가운데 '나는 얼마만큼 하나님의 자녀답게, 복음을 위해 보냄 받은 선교사로서 살고 있는지' 의삭하게 되었고, 고민하며 선택할 수 있는 기회들을 얻게 되었다.

자녀들을 양육하며 나의 사람하는 세 자녀와 그들의 친구들이 선교사 자녀로서 의미 있는 정체성을 가지고 믿음의 자녀로 세워져 가길 기도하며 응원해 왔고, 지친 동료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서로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며,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의 기쁨은 누려왔다.

귀한 현지 친구들과 동역자들의 필요에 함께 고민하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이루어 가고자 노력해 왔고, 때론 절망스러운 상황들 속에서 하나님께서 택하여 보내주신 동역자들의 사랑과 격려를 통해 넘어지나 아주 완벽히 엎드러지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해 왔다.

종교의 자유는 있으나 전도가 금지된 나라, 2018년 8월 더욱 강화된 네팔의 종교법은 삶을 통한 선교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 선교지로 나올 때 가졌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뜨거운 열정이 네팔에서 18년의 시간 속에서 다른 시각들을 갖게 하였다.

이 땅의 사람들과 법을 존중하게 되었고, 나만이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의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것을 더 중요히 여기게 되었다.

균형 있고 건강한 신앙이 무성니지, 하나님이 지금의 상황 속에 원하시는 방향들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게 하였다.

사회가 발전하는 만큼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선교지의 상황 속에서 지켜가야 할 중요한 것들은 외부적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님게서 진정한 나의 삶의 주인이신지를 점검하고, 하나님의 성품이 나를 통해 일상 속에 얼마나 증거되는지에 집중하게 될 대, 나를 뒤흔드는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지켜가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나름의 해답을 발견해 오고 있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용납하고, 주어진 상황들이 하나님의 권위 아래 허락된 것임을 인정하며, 이 모든 것을 통해 선을 이루시기 위해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라야 가능하다. (경험에 의하면 이것 또한 내 의지로는 할 수 없는, 하나님의 도우시는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성과 방향성이 세워진 삶, 그것이 선교적 삶이며 변화하는 네팔에서 내가 살아갸아 할 삶임을 시간이 흐를수록 인식하며 인정해 가고 있다.

글과 말의 가르침으로 복음을 전하기 어려워진 네팔에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이들 속에 삶을 함께하는 친구로 머물며 나를 통하여 당신의 형상을 나타내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한다.

'주어진 자리와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분별하며 그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18년 전 선임 선교사님께서 말씀하셨던 '선교는 삶이야!'라는 말씀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극히 평범한 나의 일상 속에서 일하고 계셨고,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높여드린다.

나의 삶이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를 통해 참된 선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선교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