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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정신은 청지기입니다. 내가 누리고 있고 손에 쥐고 있다고 다 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내가 사용할 뿐이고 나는 관리자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떠날 때 그것을 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나누고 가야 되지 않느냐는 취지에 공감해 153유산기부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오산침례교회 김종훈 목사의 말이다. 

김 목사는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밸리에서 열린 유산기부운동재단 출범식에 49명의 성도들과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3주 동안 ‘내 생애 마지막 한 달’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새벽기도에서 유언장을 썼다. 

유산을 기부하겠다고 서약도 했다. 

가까이 있는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남은 삶도 바로 살 수 없다는 뒤이은 성찰에 스스로 참여하게 됐다. 유산기부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성도들을 만나봤다.

임석환(72) 씨와 함석희(66) 권사 부부가 유산기부를 결심한 것은 16년 전이다. 

당시 임씨는 대한주택공사에서 보상업무를 담당했는데, 몇 백억원씩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이 친척이나 형제간에 재산 다툼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때부터 기부에 대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특새 중에 유산기부에 동참했다. 

사실 부부에겐 유산기부보다 유언장을 쓴 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1992년 한국대표로 철인 3종 경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임씨는 2011년 위암과 전립선암을 동시에 판정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위암은 수술을 받았지만 전립선암은 시기를 놓쳐 10번의 항암주사를 맞았다. 

부부의 신앙 모토는 믿음과 순종. 임씨는 “이 세상 사는 자체가 나그네이므로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신 동안 즐겁게 살다 부르시면 가겠다”고 말했다.

아내 함 권사는 “예수님이 기관사고 현재는 하나의 터널을 지나가는 과정이지만 언젠가는 광명의 터널 밖으로 우리 부부를 연단해서 내보내실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운전 콜센터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송영심(54) 권사는 주로 밤에 근무하는 직업 특성상 새벽 6시는 돼야 퇴근한다.

 때문에 새벽기도 참석은 거의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꼭 참석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차량봉사까지 하겠다고 자원한 것. 

“딸들이 다 커서 제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건 생각지 않습니다. 
교회를 통해 모두 기부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한 선교사들을 후원하는 일도 계속할 것입니다. 
그러다 언제라도 하나님이 ‘이 땅에서 네가 할 일이 없다’고 했을 때 기쁘게 천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강예은(36) 집사는 유산기부가 하나의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서약 동의서를 읽어 내려가는데 이내 마음이 움직였다. “하고 싶은데 ‘내겐 가진 게 없는데’란 생각을 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지요. ‘지금은 내가 아무것도 없지만 서약을 하고 나면 그 뒤는 하나님이 책임지시지 않을까’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기부를 결심한 후 달라졌습니다.
더 많이 기부할 수 있으면 더 좋으니까 살아가는 목적이 좀 더 달라지고 명확해졌어요.” 7년 전부터 홀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강 집사는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다. 훗날 자신의 기부가 희귀난치병 환우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결혼한 지 10년차 주부인 고은미(30) 집사는 남편과 재산의 사회 환원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애들 교육에 쓰거나, 주변에 배우지 못한 아이들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서약 후에는 목적의식을 갖고 돈을 더 벌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기부할 때도 100원보다는 1000원, 1만원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고 집사는 더 많은 기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에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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