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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흥 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헐리웃 외신기자협
LA영화비평협 회원>


2014년은 헐리웃 사상 보기 드물게 성경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이 하늘에서 만나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제일 먼저 2월에 나온 예수의 얘기인 ‘신의 아들’이 히트하면서 지금까지 총 5,600만 달러의 수입을 냈고  21일에 개봉된 인디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가 개봉 주말 사흘간 뜻밖의 92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어 28일에는 노아의 얘기를 다룬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노아’가 개봉됐고  4월16일에는 ‘천국은 실재한다’가 개봉됐다.  

그렉 키니어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수술 중 가사상태에서 천국을 본 소년의 얘기다.  

그리고 12월에는 리들리 스캇이 감독한 입체영화 ‘엑소더스’가 나온다.  

모세의 출애굽기를 다룬 ‘엑소더스’는 찰턴 헤스턴이 모세로 나온 ‘십계’와 달리  모세를 투사로 다룬 ‘글래디어터’ 스타일의 대규모 액션영화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메이저 영화 외에도 앞으로 10여편의 아트하우스용 기독교 영화가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윌 스미스는 현재 카인과 아벨의 얘기를 각본으로 구상 중이고 워너브라더스는 본디오 빌라도의 얘기를 또 소니는 다윗과 골리앗의 얘기를 영화로 구상 중이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성경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결코 헐리웃이 새삼 신의 계시를 받아서라기보다 수익성 때문이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사자굴에라도 들어가는 헐리웃이 흥행수입의 큰 원천이 될 수 있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관객으로서의 잠재적 가능성을 뒤늦게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성경영화는 성경내용에 충실히 만들면 신도들의 호응을 받아 히트를 하지만  그 내용이 신도들의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흥행서 망하는 경우가 많다.  

‘성의’와 ‘십계’와 ‘벤-허’ 및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 깁슨이 감독해 흥행수입 5억4,00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린 ‘예수의 수난’이 전자의 경우.  

반면 예수(윌렘 다포)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보통 남자처럼 사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이 후자의 경우다.   

성경영화가 나올 때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반응이다.  

어차피 오락성을 감안해야 하는 헐리웃으로선 성경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그것을 확대 해석해 만들게 마련이다.  

러셀 크로우가 주연하는 ‘노아’가 개봉 이전에 보수 기독교파의 강한 반발을 산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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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役의 럿셀 크로우 

영화를 보면 성경에 없는 내용이 많은데다가(하기야 창세기 6장에서 10장까지의 노아의 짧은 얘기를  2시간20분짜리 영화로 만들려면 확대 해석이 불가피하다) 노아에 대한 해석도 다른데  이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그런 얘기가 성경에 어디 있느냐”고 따지고 들었던 것.  

그래서 영화의 배급사인 패라마운트는 광고에 ‘이 영화는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는 단서를 삽입했고 다른 영화들과 달리 비평가들의 평 대신 뒤 늦게 영화를 본 기독교단체들의 찬사를 대문짝만하게 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노아의 얘기가 있는 코란을 믿는 무슬림 국가들인 바레인, 아랍 에미리트 및  인도네시아 등은 아예 ‘노아’의 자국 내 상영금치 조치를 취했다.  

며칠 전 인터뷰에서 만난 아로노프스키는 이에 대해 “내 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도 보기 전에 소문만 듣고 반대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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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메 役의 제니퍼 코넬리  

그런데 ‘노아’는 미국보다 먼저 개봉된 한국에서 현재 히트 중인데 아로노프스키는 인터뷰 후 나와 사진을 찍을 때 “내 영화 당신 나라에서 흥행이 잘 되고 있어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노아의 얘기는 과거에 존 휴스턴이 감독하고 그가 하나님과 노아로까지 나온 창세기를 다룬 ‘바이블’(1966)에서 묘사된 적이 있다. 또 2007년에는 스티브 카렐이 주연한 현대판 코미디 ‘전지전능한 이반’으로 만들어졌으나 내용이 불경스러워 흥행서 실패했다.   

성경영화로서 기독교 측의 가장 격한 반발을 받은 것이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1988)이다.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그 내용 때문에 상영극장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몰로토프 칵테일 습격까지 받았으며 스코르세지는 살해위협까지 받았다.  

흥행수입은 달랑 840만 달러였다. 

나도 영화에 대해 호평을 했다가 한국인 기독교 신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기독교도들은 할리웃을 도덕적 시궁창으로 보고 있어 일단 성경영화를 만든다는 소식만 나오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마련이다.  

헐리웃에서 성경영화가 계속해 성공하려면 사탕발림 식의 교언영색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접근하는 성실한 자세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박흥진/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헐리웃 외신기자협, LA영화비평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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