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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초월 권사(가운데)가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동행할 작은아들 부부와 함께 북에 두고 온 큰아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있다.


20일에 열리는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상봉 대상자들의 마음이 무척 설레이고 있다. 
70여년 전 북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통일을 위한 기도를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는 전초월 권사를 만나봤다.
<노컷 뉴스 조혜진 기자>


16일 경동교회(담임목사 박종화)의 주일예배. 

구순을 넘긴 전초월 권사(91세)의 기도가 더욱 간절진다. 
꿈에 그리던 이산가족 상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큰아들과 생이별을 한 채 살아온 지 70여 년. 귀한 만남의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간구해본다. 
전초월 권사는 지난해 추석을 즈음해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갑자기 행사가 무산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게다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큰아들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며칠을 앓아누워야만 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 지금, 아들의 사진을 다시 꺼내본다. 

사진관에서 전 권사와 함께 찍은 흑백 사진 한 장. 일제시대 말기, 학도병으로 끌려간 남편에게 보내기 위해 마음먹고 찍은 사진이다. 

전초월 권사는 해방 이듬해인 68년 전, 5살 난 큰아들을 시부모님께 잠시 맡기고 남편을 만나러 남한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나도 데려가 달라'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70이 훌쩍 넘었을 아들. 

전 권사는 그 아들을 만난다면 부둥켜안고, 긴 세월 원망으로 힘들었을 마음부터 위로해주겠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아들을 만날 수조차 없게 되고 말았다.

대신에 전 권사는 큰아들을 쏙 빼닮은 손자와 큰 며느리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온 큰아들의 흔적이라도 마음에 담아올 예정이다.

통일은 안되더라도 헤어진 가족만이라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도 전 권사는 그 안타까운 심정을 남북 화해를 위한 간구로 옳겨본다.

한편, 이번 상봉행사에 동행하기로 한 작은아들은 북한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잔뜩 구입해 여행 가방을 꾸렸다. 

그리고, 그 여행가방 속에는 남한 가족들의 사진과 정보도 정리해 담았다.

전초월 권사의 작은아들인 이재학 집사(66세)는 "언제가 통일이 되면 남북한 가족들이 다시 만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어머님 없는 세상에서는 우리가 만날텐데, 그 때를 위해서 서로 자료를 갖고 있어야 겠다"라는 생각에 자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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