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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 경마공원 옆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경마를 즐기러 온 이들에게 한탕을 노리는 행운보다 진정한 행복을 찾으라는 외침이다.


지난 16일 주일 오후, 경마장 입구 한쪽에서 찬양소리가 울려퍼진다.


지난 달 출범한 중독예방시민연대와 한국도박피해자모임 회원들이 ‘세잎클로버교회’란 이름으로, 경마장 옆 거리예배를 시작했다. 이번이 세번째다.


경마로 인한 도박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미 중독된 이들도 신앙을 통해서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짧은 예배 후에는 경마장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도박중독 치료를 위한 안내지도 나눠주었다.


첫 예배를 드린 지난 2일에는 주변 상인들과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쫓는다며 예배드린 이들과 다툼이 일기도 했다.


중독예방시민연대 상임대표 김규호 목사는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영혼이라도 우리의 예배를 통해 도박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면서 "경마장 찾는 이들이 행운보다는 행복찾는 사람들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배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마, 경정, 경륜 등 7개 사행산업을 사실상 운영하는 정부가 국민들이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마의 경우 마사회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전국 30개 장외 스크린경마장을 줄이고, 과도한 배팅과 이용을 제한하는 전자카드제도를 전면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김경호 목사는 "전자카드에는 배팅 금액과 횟수가 기록돼 과도한 출입, 배팅한 경우 출입 정지되도록 제한하는 카드"라면서 "사행산업자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지만, 도박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신앙을 통해 도박의 습관을 끊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사실 경마장 앞 거리예배는 목회자들이 먼저 주도한 게 아니다. 신앙으로 도박에서 벗어난 홍덕화 집사가 1년 전부터 예배를 요청했었다.


한국도박피해자모임 대표 홍덕화 집사는 지난 2005년 더이상 잃을 돈이 없어진 뒤 도박중독을 깨닫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35년동안 매달렸던 도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마가 열리는 금, 토, 일요일에는 목사님과 함께 기도원을 찾아갔어요. 경마장을 가지 않기 위해 전국에 안가본 기도원이 없을 정도"라는 홍집사는 그렇게 3년정도 지나서야 완전히 도박을 끊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경마장을 공원화하면서 경마를 레저 스포츠로 인식시키려는 노력이 있지만, 배팅을 할 수 있는 한 누구나 도박에 빠질 수 있다고 그는 경계를 당부했다.


홍 집사는 "한번 우승마를 맞추고 배당금을 수십배 타고 나면 그 때부터 경마의 재미에 빠져 가족도, 직장도 내팽게치고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특히 5,60대 남자들이 도박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박중독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길 요청했다.


그는 중독자 가운데는 기독교인들도 적지 않다면서 "중독자들 가운데는 누군가 자신을 잡아주길 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경마장을 가는 대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프로그램과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교회의 도움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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