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도 교회내 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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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 사회에는 ‘여풍’이 불고 있다.
정계에선 이미 제19대 국회에 진출한 여성 정치인이 47명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15.7%에 달하고 박근혜 후보는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 채용시험 합격자를 봐도 여성의 비율이 행정고시 38.8%, 사법시험 37.3%이고 특히 외무고시는 여성 합격자 비율이 53.1%로 절반을 넘었다.
재계에서도 여성 경영인들이 전면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교회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130년 선교 역사를 간직한 한국교회에 여성도 비율은 전체의 60%에 달한다.
교회 여성은 1970∼80년대 에스더구국기도회 같은 중보기도팀을 만들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전도에 앞장서는 등 봉사와 헌신으로 한국교회를 섬겼다. 그 결과 한국교회 부흥의 원동력이 됐다.
그럼에도 교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고,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12년 한국교회 여성의 위치는
45년 넘게 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이모(65) 권사는 오랜 신앙생활 못지않게 교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구역과 셀 모임 리더, 성가대에서 봉사했고 권사 직분을 받은 뒤에는 여선교회, 권사회 임원을 맡아 심방, 바자, 부흥회 등 교회의 행사들을 도왔다.
그러나 이 권사가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다. 교회 내 주요 의사결정은 후배 남성 성도들의 몫이다.
이 권사 사례는 대부분 교회 여성이 안고 있다. 교회에서 청소나 안내, 식당봉사처럼 노력을 요하는 봉사자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KCWU)가 2008년 회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교회에서 의사결정을 하거나 주요 회의에 참석하는 여성은 5.9%에 그쳤다.
이에 반해 식당이나 청소, 안내 봉사를 한다는 여성은 21.4%나 됐다.
그러나 여성들은 교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꼽으라는 물음에 식당봉사는 3.3%, 청소 2.0%라고 응답했다.
교회 남녀 불평등, 시대 흐름 못 쫓아
KCWU 설문에 따르면 교회 여성 58.7%가 “교회 내 남녀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교회에서 성적 모욕이나 여성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도 11.6%나 됐다.
또 예장합동이나 기독교한국침례회 등 일부 교단에선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고전 14:34)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딤전 2:12) 같은 성구를 문자적으로 해석해 아예 여성 목사·장로 안수를 거부하고 있다.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추태화 교수는 “남성의 권위의식에 가득 찬 목회자들이 성경말씀을 가지고 시대적 상황은 무시한 채 여성 지도력 육성에 인색하다”며 “아직도 한국교회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1994년 교단총회에서 여성목사를 통과시킨 예장통합의 경우 이번 총회엔 10명의 여성총대(목사 3명, 장로 7명)가 이름을 올렸다. 전체 1500명의 총대 중 0.67%에 불과하다.
2009년 13명, 2010년 12명, 지난해 7명으로 계속 줄다 올해 약간 늘었지만 아직 1%도 안될만큼 미미하다.
여성주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서울 창전동 서강감리교회(여우훈 목사)는 시무장로 13명 중 여장로가 6명이다. 미아동의 한빛교회(유원규 목사) 역시 여장로 비율이 높다. 6명의 시무·은퇴 장로 중 3명이 여성이다.
이처럼 ‘여장로를 잘 세우는 교회’의 특징을 보면 공통된 게 있다. 여성 신앙 선배들의 두드러진 활동이다. 서강감리교회 출신의 어윤희 장로는 독립운동가이자 고아들의 어머니였다.
한빛교회에 자리를 잡았던 이우정 박용길 안계희 윤수경 장로는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믿음의 선배들이다. 이들의 활동은 교회와 성도들로 하여금 여성 지도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유 목사는 “여성은 기본적으로 배려하고 챙기고 감싸는 섬세함이 있다”며 “지금 이 시대는 구태한 힘의 논리보다 사랑과 포용으로 생명을 살리는 여성의 지도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 역시 “하나의 공동체로서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협의하고 같이 결정해나가는 소통 방식의 여성주의적 목회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교단과 교회, 남성 목회자들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먼저 여성 스스로가 교회 울타리를 넘어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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